해병특검, 김건희 비화폰 사용 정황…구명 로비 등 관여시 처벌 가능성

"민간인에게 비화폰 지급…행정적 징계 고려·지급 자체 범죄는 아냐"

김건희 여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김건희 여사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보안상 필요에 의해 고위공직자 등에게 지급되는 비화폰을 영부인에게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행정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 해병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국통사)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받을 예정이다.

특검팀은 그간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는데,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김 여사도 비화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본인(김 여사)에게 지급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김 여사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확보하면 김 여사를 둘러싼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구명 로비 의혹은 김 여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김 여사 등에게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부탁해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업무상 과실치사 주요 혐의자 중 임 전 사단장이 제외됐다는 내용이다.

앞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경호처가 김 여사에게 비화폰(갤럭시 S20 5G 모델)과 함께 일반·보안 유심칩 1개씩, 대통령 내외 포함 총리·장관 비화폰 전화번호 목록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국회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는데, 최근 경호처는 입장문에서 김 여사에게 비화폰이 제공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의 국가 정보보안 기본지침에 따르면, 각급 기관의 장은 해당 기관의 주요 보직자가 안전한 통화를 위해 사용하는 안보폰(비화폰)이 분실·훼손되지 않도록 현황을 관리해야 한다.

관리에 대한 규정 외에 비화폰의 구체적인 지급 기준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대통령경호처는 지급 기준과 관련해 내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업무상 기밀 유지가 필요한 군사, 정부 부처 등의 고위 관계자에게 지급되는 비화폰이 영부인에게 지급됐다면, 행정적 징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화폰 지급 자체만으로 김 여사에 대한 형사 처벌까지 나아가기는 어렵지만, 비화폰을 통한 국정 개입 여부 및 그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부인은 민간인이지, 정부 고위 관료가 아니다"라며 "행정적으로 아주 부적절한 행위이므로 지급 대상자 명단에 올린 책임자가 행정적 징계를 받는 차원에서 처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급됐다는 것 자체가 범죄가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비화폰이 지급됐다는 사실은) 사실상 영부인이 국정에 개입한 걸로 보인다. 개입한 내용을 가지고 형사 처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2023년 7∼8월 이른바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특히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당일인 2023년 7월 31일 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관계자 중 한 명과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에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 있다고 본다"며 "그 같은 시기에 어떤 연락을 누구와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