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동시다발 강제수사' 나선 김건희특검…金여사 옥죄기 가속

주가 조작·공천 개입·통일교·양평도로 의혹 수사 본격화
10일 삼부토건 회장 소환…무더기 출국금지·압수·수색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를 비롯한 특검보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홍주·박상진 특검보, 민중기 특검, 김형근·오정희 특검보, 홍지항 지원단장. 2025.7.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이른바 '김 여사 4대 의혹' 사건으로 꼽히는 주가 조작·공천 개입·통일교·양평 고속도로 사건에 대해 동시 수사에 착수하면서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를 향해 발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4대 의혹 사건 가운데 앞서 무혐의 처분됐거나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사건들을 중심으로 김 여사의 주변인들에 대한 강제수사와 소환조사를 병행하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삼부토건·포럼 관계자 줄소환…현 회장 조사 임박

'1호 수사' 대상으로 꼽혔던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비교하면 수사 분량이 상당하다. 김 여사는 두 주가조작 사건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특검의 재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김 여사 주식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도 도이치 사건에서 주포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삼부토건 사건에서는 김 여사,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고발에서 제외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검팀은 2022~2023년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기 위해 세 사람을 비롯한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들을 무더기 출금 조치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3일 회사·주거지 등 1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응근 전 대표이사를 첫 소환자로 지목해 지난 4일 10시간가량 조사했다. 이응근 전 대표는 조성옥 전 회장 최측근으로 2023년 5월 주가 급등의 발판이 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해 조 전 회장에게 실시간 보고하고 보도자료 배포 등 홍보 역할을 총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한 가운데 사무실 앞에 사물함이 놓여져 있다. 2025.7.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특검팀은 10일 오전 10시 이일준 현 회장을 소환조사한다. 이 회장은 조 전 회장과 함께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이 최대 주주인 제3의 회사 이석산업개발과 디와이디(DYD)를 앞세워 2022년 5월 4일 주식 양수도계약을 맺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6일 전이다. 재건 포럼 3개월 전인 2023년 2월 DYD가 두차례 걸쳐 삼부토건 주식 지분을 1750만 주(8.85%)까지 차지하면서 이 회장이 삼부토건 최대 주주가 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집권 시기와 맞물려 진행된 이 같은 지분거래가 단순 지배구조 변동 아닌 사전 주가조작을 공모한 정황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이종호 전 대표가 포럼 8일 전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 메시지를 보낸 사건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일 삼부토건 직원 황 모 씨, 7일에는 유라시아경제인협회 임원 한 모 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했다. 전날 오전에는 삼부토건 대주주 디와디(DYD) 출신 신규철 전 삼부토건 대표와 포럼 참석자인 양용호 유라시아경제인협회 회장을 동시 소환했다.

이날 오전 10시 검찰 출신 정창래 전 삼부토건 대표를 불러 조사한다. 다만 조 전 회장에 대한 공개 조사 일정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공천 개입·통일교 원정도박, 동시다발 압수·수색

특검팀은 이번 주 공천 개입 의혹과 통일교 원정도박 의혹에 대해 동시에 첫 강제수사에 나서며 본격 수사의 신호탄을 울렸다.

특검팀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명태균 게이트'라 불리는 일련의 사건들 가운데 김영선 전 의원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 사건에 주목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2022년 보궐선거 공천을 청탁하고 회계담당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명 씨에게 8000여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당시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국민의힘 예비후보 당시 김 여사가 공천 과정을 도와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결국 배제됐다. 총선이 끝나고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윤 전 의원 자택 및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경남 창원과 수도권 소재 김 전 의원 자택 2곳, 김 전 부장검사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했다.

윤 전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공관위 업무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의원과 김 전 부장검사는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8일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중인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윤 의원 사무실로 특검 관계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특검팀은 같은 날 통일교 원정도박 의혹 사건 관련 수사기관에 압수영장을 집행했다. 강원 춘천경찰서 외사계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치안정보국 치안정보분석과·국제공조과·국가수사본부 수사국 범죄정보과 등에 업무 협조차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차원에서다.

춘천서는 2022년 6월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간부진이 2008~201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600억 원어치 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했지만, 통일교 핵심 간부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 등 도움을 받아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해당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이 전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여사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청탁 명목으로 샤넬백 등 고가의 명품을 수수한 정황이 발견되면서다. 남부지검은 통일교 관련 의혹으로 확대해 수사를 진행하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사건을 이첩하고 수사 인력도 파견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윤 전 본부장과 그의 아내 이 모 전 재정국장,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을 모두 출국금지한 상태에서 수사 중이다. 유 전 행정관은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전 씨에게 샤넬 가방을 받아 이를 샤넬의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양평 고속도로 의혹 수사를 위해 일찌감치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 씨, 오빠 김 모 씨를 비롯해 원 전 장관과 김선교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등도 모조리 출국금지 조치했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은 2023년 5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가 일가가 보유한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는 내용인데,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 소유의 땅값 상승을 위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특검 출범 전까지 해당 사건을 수사하며 지난 5월 16일 국토부와 양평군청 등을 압수수색 한 바 있지만 원 전 장관과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하다 결국 진행하지 못하고 특검에 넘겼다.

특검팀은 내란·순직해병 특검보다 수사 대상이 방대한 만큼 김형근·오정희·박상진·문형주 네 특검보가 주요 사건을 전담해 효율적으로 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김 여사 소환조사 관련해선 각 사건 수사 진행 과정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적정한 시기에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