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살던 시설서 퇴소한 중증장애인…법원 "탈시설, 인권침해 아냐"
法 "복지서비스 나빠졌다고 단정 어려워…충분한 준비 후 퇴소"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따라 중증장애인을 퇴소시킨 것은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중증 장애인이라도 하더라도 충분히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퇴소 후 복지서비스 수준도 유지됐다며 탈시설 조치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영민)는 최근 A 사회복지법인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권고결정취소청구 소송을 인용했다.
A 법인은 장애인들의 탈시설 정책을 옹호하는 사회복지법인으로, 산하 B 장애인 거주시설은 2021년 4월 거주 장애인이 전원 퇴소한 후 운영을 종료했다.
중증 뇌 병변과 지체·지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 C 씨는 1986년 B 시설에 입소해 35년간 머물다가 2021년 3월 퇴소해 지원 주택으로 입주했다.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사건은 2023년 7월 인권위가 C 씨의 퇴소 과정을 문제 삼으며 A 법인에 재발방치 대책 마련하라고 권고하면서 불거졌다.
C 씨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어려움에도 그를 퇴소시킨 것은 자기 결정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는 게 인권위 권고 이유였다. 이에 A 법인은 해당 권고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시설 퇴소 과정에서 C 씨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음성언어만으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숨소리, 표정, 몸짓 등과 같은 대체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설 임직원들은 퇴소에 앞서 C 씨와 지원 주택에 함께 방문해 C 씨의 반응을 살피며 의사를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퇴소와 지원 주택 입주의 의미에 관해 불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A 법인이 C 씨가 퇴소 이후 받을 복지 서비스와 자원을 충분히 준비했으며, 지원 주택 입주 후의 복지 서비스가 이전과 비교해 나빠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권고 결정 취소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담당 조사관과 특정 후견인이 '시설에서 나온 이후 C 씨의 의사소통 능력이나 활동 능력이 좋아졌다', '원활한 의료시설 활용, 숲 체험, 의복 구입하기, 부산 여행 등도 즐겨하면서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 관찰 결과에 비춰보면 퇴소가 C 씨에 대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거나 보호조치 미흡으로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cym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