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전승일 감독, 재심 개시…검찰 재항고 기각

'민족운동해방사' 그렸다가 국보법 유죄…34년 만에 재심

전승일 씨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서 국가로부터 당한 인권침해를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제작한 그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제공)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민족해방운동사를 주제로 한 대형 그림 작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불법 연행돼 유죄를 선고 받았던 애니메이션 감독 전승일 씨(60)가 법원으로부터 재심을 받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전 씨의 재심개시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지난달 28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유죄 확정 34년 만에 재심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전 씨는 대학생이던 1989년 '전국대학미술운동연합'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민주화 운동의 일환으로 '민족해방운동사' 대형 걸개그림을 제작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수사기관은 전 씨의 그림이 북한에 동조하는 이적표현물이라고 봤다.

이후 전 씨는 1991년 4월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전 씨는 지난해 6월 재심 개시를 청구했다. 당시 수사 기관이 불법 체포, 구금했을 뿐만 아니라 진술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긴급 구속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즉시항고 했으나 항고심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4월 재항고했으나 대법원에서도 기각됨에 따라 전 씨는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