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판단에 공소장까지 바꿨지만…2심 "회사 재량 안 벗어나"
행정법원 "문제 회피 위해 삼바 지배력 상실 처리"…공소장 변경
2심 "부적절 행위 개입했지만…지배력 상실, 경제적 실질에 부합"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를 일부 인정한 점을 반영해 공소장까지 변경했으나 1심 판단을 뒤집지는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 회장의 혐의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삼바의 분식회계와 관련한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과정에서는 지난해 8월 삼바의 분식회계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단과 그에 따른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앞서 행정법원은 삼바에 내려진 금융당국 제재를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도 분식회계 관련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종속→관계기업)이 있었던 것처럼 회계 처리를 해 투자 주식을 공정 가치로 부당 평가하고, 관련 자산과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했다고 본 것이다.
회계 규칙상 종속기업을 관계기업으로 변경하면 주식을 시장 가액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삼바가 보유한 에피스의 지분가치도 29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를 두고 행정법원은 "삼바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의 근거가 되는 사실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자본잠식 등 문제 회피)을 가지고 특정일 이후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할 것을 정해놨다"고 지적했다.
행정법원은 이어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근거자료를 임의로 만들어내기까지 했다"며 "특정 결론을 정해놓고 사후 합리화를 위해 회계 처리를 하는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같은 판단을 반영해 2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삼바가 에피스에 대해 보유하던 단독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상황이 없었음에도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검찰의 주장을 배척했다. 지난해 2월 1심은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회계 처리한 것이 합당하며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2심 역시 에피스에 대한 삼바의 지배력 상실은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이 특정한 의도·방향성을 드러내거나 문서를 조작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개입했으나 삼바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라는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2014회계연도 재무제표에 콜옵션을 공개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고의로 누락해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단독 지배력을 보유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거나, 향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변경되지 않는 것처럼 가장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등 권리가 실질적이어서 삼바가 2014회계연도 당시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또 바이오젠 콜옵션 공개 범위를 준거로 삼아 회계 검토가 이뤄져 콜옵션 공시가 일부 미흡한 사실은 인정되나 회계처리에 관한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이런 공시가 의무는 아니었다는 교수의 증언 등을 제시하며,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관련 사실 누락이 "중과실은 될 수 있어도 고의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sae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