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당해 건물주 살해…지적장애인 징역 15년 확정

일하던 모텔 업주 지시 받아 범행…1·2심 유죄
대법 상고기각…살인교사범, 2심서 징역 27년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자신이 일하던 모텔의 업주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해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30대 지적장애인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김 씨는 2023년 11월 모텔 업주 조 모 씨의 지시를 받고 자신이 주차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던 빌딩의 건물주 A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조 씨는 2022년 9월부터 영등포 공동주택 재개발 문제로 A 씨와 갈등을 빚어 왔는데, 김 씨에게 범행 도구를 구매하고 폐쇄회로(CC)TV 방향을 돌리게 한 뒤 살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는 2019년 가족에게 버림받고 떠돌아다니던 김 씨를 데려와 "나는 네 아빠, 형으로서 너를 위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따르게 하고 심리적으로 지배해 왔다. 또 김 씨가 A 씨에게 강한 적대감을 갖도록 "너를 욕했다"는 식으로 이간질하기도 했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김 씨는 장애인수급비를 수령하고 있었다. 이를 안 조 씨는 모텔 숙박비 명목으로 금품을 가로채기도 했는데, 김 씨는 모텔 객실이 아닌 주차장 가건물에 기거하고 있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의 죄는 엄히 다스려야 할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범행을 계획해 실행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지적 장애를 이용한 교사범의 사주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살인 교사 등 혐의로 별도 기소된 조 씨는 지난 8일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