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필 대법관 "공정하고 신속 재판은 변치 않는 우리의 책무"

정약용 '흠흠' 언급 "스스로 삼가고 또 삼가는 흠흠(欽欽) 자세여야"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절차적 정당성 실현 소홀히 하지 않을 것"

엄상필 신임 대법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4.3.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엄상필 신임 대법관이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변치 않을 우리의 소명이자 책무"라고 밝혔다.

엄 대법관은 4일 취임사를 통해 "지난 한 달간 대법관 후보자로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사법부와 법관의 사명, 그리고 주권자의 기대는 우리가 늘 다짐하고 개선하고 노력해 온 방향과 다르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임을 잊지 않으며 공동체와 다수의 이익을 함께 살피겠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절차적 정당성의 실현, 그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다양성의 증가, 기술 발전 및 세계화의 흐름이 사법부에 던지는 질문을 심사숙고해 적절히 대처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엄 대법관은 다산 정약용의 '흠흠(欽欽)'을 언급하기도 했다. 흠흠신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형벌과 재판에 관해 저술한 우리 법제 사상 최초의 율학연구서다.

그는 "절대 순탄치만은 않을 이 길을 가는 자세는 스스로 삼가고 또 삼가는 흠흠(欽欽)이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송사를 듣고 다루는 근본은 성의(誠意)에 있음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경험과 시야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위에서 지혜를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성을 다해 분쟁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고, 법의 문언이나 논리만을 내세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 관념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는 다짐을 밝혔다.

엄 대법관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후 26년 동안 전국 각지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했다.

sa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