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500만원' 직원 숙소에 신혼집 차린 중기 사장…대법 "갱신 안된다"

중소기업 임차 아파트에 대표 거주…대항력 요건 분쟁
"주택임대차법상 '직원'에 대표·사내이사 등 제외해야"

대법원 (뉴스1 DB)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중소기업의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 임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직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동산 임대업체 A사가 중소기업 B사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사와 B사는 2019년 12월부터 2년간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 월 차임(월세) 1500만원에 임대하기로 계약했다.

당시 B사 대표이사였던 C씨는 2019년 12월 아파트를 인도받은 뒤 2020년 2월 전입신고를 마친 후 아파트에서 거주해 왔다.

A사는 계약 체결 이후 1년9개월여가 지난 2021년 9월 말쯤 계약갱신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B사에 밝혔다.

B사는 자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고 이에 A사는 B사를 상대로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3조3항은 중소기업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 대항력이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의 직원에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이 포함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직원이란 일정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임원을 제외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주택임대차법의 개정 취지 등을 고려하면 대표이사 등 임원까지 직원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법은 임차인이 자연인임을 원칙으로 해 제정됐다"며 "중소기업이 주택을 소유할 정도의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한 직원에게 안정적으로 주거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정해 원칙에 예외가 생긴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택임대차법이 보호 범위를 확대한 것은 원거리 거주 직원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임대차계약 당시 B사의 본점이 경기 양평군에 있어 아파트와 지리적 근접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아파트의 월 차임이 1500만원으로 지나치게 고가인 점 △B사가 A사에게 C씨의 신혼집으로 사용할 용도로 아파트를 임차한다고 전했던 점 등도 두루 고려했다.

대법원도 "피고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법이 정한 직원은 해당 법인이 주식회사라면 법인에서 근무하는 사람 중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을 제외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인이 임차한 주택을 인도받아 직원이 주민등록을 마치고 거주하고 있다면 대항력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도 "그 밖에 업무 관련성, 임대료 액수, 지리적 근접성 등 다른 사정을 고려해 그 요건을 갖췄는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대법 관계자는 해당 판결과 관련해 "주택임대차법 3조3항이 정한 직원과 주거용 임차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면서 "중소기업인 법인이 소속 직원 거주를 위한 주택임대차 계약에서 대항력 부여 요건에 관한 기준을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