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사' 2심서 2년 감형…유족 "참담한 심정"(종합)

"1심, 처단형 기준 설정 잘못…공탁금 5억원, 양형에 제한적 고려"
"혈액암 투병·건강 악화 고려"…유족측 "화가 나, 믿을 수 없어"

음주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12.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서울 강남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40대 음주 운전자가 2심에서 감형됐다. 유족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판결에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 이지영 김슬기)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41)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고씨는 1심에서는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는데, 2심에서 2년의 징역형이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고씨가 사고 후 도주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은 사고 현장 직선거리 16~21미터 거리의 주차장에 차량 주차하고 사고 현장에 온 점, 소요 시간이 약 9초 걸린 점, 사고 현장 직후 주변에 자신이 운전자라고 알린 점 등을 볼 때 피고인의 도주가 증명됐다고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고씨의 형량이 줄게 된 것은 1심과 처단형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A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어린이보호구역치사) △음주 상태로 A군을 사망하게 한 것(위험운전치사), 이 두 가지 범죄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이 두 가지의 범죄를 각각 저지른 '실체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처단형의 기준이 높아지게 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이에 1심에서 적용한 징역 3~45년의 처단형 기준보다 낮은, 징역 3~32년을 기준으로 삼았다. 법원은 처단형 범위가 정해지면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적용해 선고형을 정한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초범이고 사죄의 뜻을 밝히며 유족들에게 1심에서 3억5000만원, 2심에서 1억5000만원을 추가 공탁했다"면서도 "피고인이 공탁한 사실은 (양형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와 유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며 "다만 재범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데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초등학생을 기리는 추모 공간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2022.12.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유족들은 반발했다. A군 부친은 "오늘 판결을 보면서 너무나 화가 난다. 너무 부당하다"며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했는데 5년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1년 동안 아이의 희생이 사회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매일 생각하고 있는데, 오늘의 판결은 오히려 후퇴시킨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믿을 수 없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과연 법원이 사회의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그 요구에 대해서 얼마나 경청하고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이는지 제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포기하지 않고 정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생 A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사고 직후 경찰 체포 당시 고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