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정당'"…소비자 패소 확정

전력소비자들 "전기요금약관 공정성 잃어 무효"
1·2심 소비자 패소…"사회적·정책적으로 필요"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대법원이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0일 전력 소비자들이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한전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약관 내용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누진제는 전기사용자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진제가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요금방식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서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행 전기요금에는 주택용·일반용·산업용·교육용·농사용 등 사용 용도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되지만 전기를 많이 쓸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누진제는 주택용에만 적용된다.

누진제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전기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국가 차원에서 산업용 전력을 확보하고 가정용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시간이 지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전력소비자들은 전기요금 약관이 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며 소송을 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는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1·2심에서는 모두 소비자가 패소했다. 법원은 전기료 기본공급약관 작성·변경이 전기위원회 심의, 기획재정부 장관 협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가 등의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들어 누진제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한전이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약관을 작성할 수 있다거나 전기요금을 책정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한정된 '필수공공재'인 전기가 소득수준이나 계층에 따라 공급이 편중되는 것을 막고 전기요금을 통해 전력사용량이 많은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 사이에 소득 재분배를 실현하는 등 사회적·정책적으로도 누진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