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이호진,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관여"…대법, 파기환송(종합)
이호진·계열사들 "과징금·시정명령 취소해야" 소송 내
대법 "이호진 관여 여지 많아"…서울고법 판단 뒤집어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태광 계열사에 김치와 와인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소송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룹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앞서 2019년 태광 경영기획실 지시로 계열 회사들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오너일가 소유인 티시스와 메르뱅으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일반 거래 가격보다 비싸게 매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거래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며 계열 회사들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고 이 전 회장에게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은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법에 취소소송을 냈다. 공정거래 소송은 신속한 판단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고법과 대법원의 2심 체제로 운용된다.
지난해 2월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계열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회장에게 내린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 재판부는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이 기업집단에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 특수관계인의 이익제공행위에 대한 '지시'뿐만 아니라 '관여'까지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행위주체와 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내용과 결과 △행위로 인한 이익의 최종 귀속자가 누구인지 △특수관계인이 이익제공행위의 의사결정, 실행과정에 법률상·사실상 관여할 수 있는 지위인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때 특수관계인은 기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은 기업집단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적 역할을 한다"며 "이 전 회장이 평소 오너일가 소유 회사에 대한 계열사의 이익제공행위를 장려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태광 임직원들이 오너 일가 소유회사가 요구하는 사항을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 몰래 김치거래를 할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 전 회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거래의 경과 등을 보고해 성과로 인정받으려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원심 판결 중 이 전 회장 관련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계열사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적법하다는 원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 특수관계인의 '관여'의 의미 및 증명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고, 이익제공행위에 관한 특수관계인의 평소 태도 등 간접사실에 의한 증명을 폭넓게 허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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