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 동의한 적 없는데 집으로 날아온 '적십자회비'…헌재 "문제없다"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 "개인정보 침해 아냐"
"이름까지 제공토록 한 건 과도해" 반대 의견도
- 박승주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회비모금 목적으로 대한적십자사의 자료제공 요청을 받은 국가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도록 한 법률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적십자법) 제8조 등을 대상으로 한 위헌 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기각·각하 결정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적십자사는 2020년도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행정안전부에 전국 만 25~75세 세대주 성명과 주소를 요청했다. 행안부는 적십자사에 자료를 제공했고 적십자사는 이를 바탕으로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를 발송했다.
지로통지서를 받은 A씨 등은 적십자법 제8조, 국가의 자료제공행위, 적십자사의 지로통지서 발송행위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적십자법 제8조 제1항, 제3항은 적십자사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회비모금 등을 위해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자료제공 요청을 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적십자법 제8조 제2항은 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같은법 시행령 제2조 제1호는 자료 범위에 세대주 이름과 주소를 포함하고 있다.
헌재는 지로통지서가 전국 세대주에게 발송될 수 있었던 근거규정인 적십자법과 그 시행령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살폈지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국가가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자료 범위를 미리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어렵고 구체적 내용은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령을 종합해보면 세대주 인적사항이 포함된다고 예측할 수 있고, A씨 등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자료제공 목적은 회비모금으로 한정되고 정보 범위는 세대주 성명과 주소로 한정된다"며 "주소는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이며 성명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보로서 그자체로 언제나 엄격한 보호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은 적십자회비가 세금으로 오인될 수 있어 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각하했다. 헌재는 "지로통지서 상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고,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특별한 사유를 개인정보보호법 문구에 준하는 것으로 막연히 해석하기도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또 "시행령 조항이 회비모금의 목적으로 세대주 이름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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