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집 팔아 용돈 줘" 매형 말에…추석 술자리 끝은 참극
7년 만에 만난 매형 부부와 다툼 끝 '비극'
술에 취해 우발적 범행…징역 18년 선고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추석을 하루 앞두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날이었다. 2020년 9월30일.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술판은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 끝이 날 줄을 몰랐다. 7년 만에 얼굴을 마주한 매형 부부와 처남은 그간의 회포를 하루 만에 풀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바쁘게 술잔을 비워냈다.
취기가 무르익자 처남 A씨(당시 68세)의 응어리진 속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매형(당시 62세)이 7년 전 누나와 이혼한 뒤부터는 부모 제사나 집안 행사에 참석하지도 않고 자신을 피한다는 느낌을 받는 터였다. 누나보다 10살이나 어린 나이도 탐탁지 않지만, 이혼 후에도 둘이 함께 살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누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를 싫어했다. 누나 부부 주머니 사정에 더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동생은 어머니 전 재산인 800만원을 물려받기로 약속하고 홀로 어머니를 부양했다. 동생이 가진 재산이라고는 이 돈을 보태 마련한 작은 아파트 한 채뿐이었다.
술상 위에 안줏거리로 오른 아파트가 독이었다. 취기가 오른 매형은 처남을 향해 "네 집을 팔아서 누나도 주고, 내 용돈도 좀 주고 해"라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순간 A씨는 이성의 끈을 놓쳤다.
곧장 부엌으로 달려가 흉기를 집어 든 A씨는 "네가 잘사는 꼴을 못 본다"며 격분해 매형을 살해했다. 자신을 말리던 누나에게도 흉기를 휘둘렀지만, 누나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A씨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고 누나는 배우자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봤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할 수도 있었으므로 충격과 공포가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과음으로 우발적인 범행에 이르게 된 점, 유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A씨는 2심 판결에 상고했지만 스스로 상고를 취하해 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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