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10억엔 위안부 합의' 전날 윤미향 만나 설명했다"…문건 공개돼

이용수 "尹, 위안부 합의 내용 미리 알고도 할머니들에게 안 알려" 폭로하며 논란
한변, 정보공개 소송 끝에 외교부 문건 공개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횡령 등 8개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2.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준성 기자 = 외교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만나 '10억엔' 등 합의 내용 전반을 구두로 설명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5년 윤 의원과 외교부간에 있었던 면담 기록을 공개했다.

한변이 이날 공개한 4건의 문건에 따르면, 위안부 합의 당시 실무자였던 이상덕 전 외교부 동북아 국장은 위안부 합의 9개월여 전인 지난 2015년 3월 9일 정의연 측의 요청으로 윤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협의 동향과 위안부 피해자 중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한 보상 문제, 피해자 의견 수렴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같은 해 3월 25일과 10월 27일, 위안부 합의 타결 전날인 12월 27일 저녁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이 전 국장은 윤 의원을 만나 협의했다.

이 전 국장은 3번째 면담 자리인 10월 27일 '한일 정상회담 계기 위안부 문제 타결 가능성'과 '현재 위안부 협상 진행 상황' 등을 언급했고, 윤 의원은 '정대협이 수용 가능한 위안부 문제 해결 수준'과 '정대협 추진 예정 사업', '한일 국장급 협의 평가' 등을 언급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26일 공개한 2015년 위안부 합의 관련 외교부와 윤미향 의원(당시 정대협 대표)의 면담 내용. (한변 제공) ⓒ 뉴스1

12월 27일 윤 의원과 이 전 국장의 만찬 협의 내용이 담긴 문건에는 '합의 내용에 대한 반응'이라는 소제목 하에 '(이 국장이 발표 시까지 각별한 대외보안을 전제로 금번 합의 내용에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 직접 사죄·반성 표명, 10억엔 수준의 일본 정부 예산 출연(재단 설립) 등 내용이 포함된다고 밝힌 데 대해)'라는 내용이 담겼다.

윤 의원이 당시 이 전 국장에게 대외비를 전제로 위안부 합의 내용에 대해 전달 받았고, 이에 대해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문건에서 해당 내용은 가려진 채였다.

또 '정대협(정의연) 입장 발표 문제'라는 소제목 하에는 "이 국장이 합의 문안 공유는 어렵다고 하고, 설득을 위해 '일측 대외 설명 요지를 구두로 설명", "이 국장이 내일 협의 결과 발표시까지 대외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이 지방 소재 피해자 지원단체(나눔의 집, 마·창·진 시민모임, 통영·거제 시민모임, 대구 시민모임) 측과 사전에 어느 수준까지 합의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지 문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변은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씨는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이나 피해자 지원 단체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본과 합의했다고 비난했다"며 "왜 그런 허위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의 내용을 진솔하게 피해 할머니들께 얘기하고 공유했다면 피해자들이 그렇게 반발했을지, 박근혜 정부가 합의를 잘못했다고 그렇게 매도됐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020년 5월 기자회견을 통해 "윤 의원이 10억엔 등 위안부 합의 내용을 외교부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으면서도,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한변은 이 할머니의 주장에 대해 진실 공방이 일자 외교부를 상대로 윤 의원과의 면담 기록을 공개해달라는 정보 공개 청구를 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정보공개거부 처분취소 소송을 낸 바 있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민감한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며 한변의 손을 들어줬다. 외교부는 상고를 포기하고 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구체적 협의 내용을 제외한 문건 내용을 이번에 공개했다.

js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