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사업비 소송 5년여 만에 마무리…"정부가 KAI에 32억 지급"

수리온 1호기 납품 이후 후속군수지원 업무 비용 두고 다툼
1·2심 모두 정부 손해배상 책임 인정…대법서 확정

수리온 의무후송전용헬기.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2020.1.31/뉴스1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국산헬기 '수리온'의 후속군수지원 업무에 관한 용역대금 지급을 놓고 제조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정부가 벌여온 소송이 5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KAI는 정부를 상대로 약 93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그중 정부가 약 32억원을 지급하라고 최종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KAI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9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정부가 약 3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최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원심 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이 본안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이다.

이 법정 다툼의 시작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AI는 방위사업청과 '수리온 초도양산사업' 계약을 맺은 뒤 2012년 12월 수리온 1호기를 처음 납품했다.

KAI는 수리온 납품 이후에도 가동률 향상 등을 위해 기술지원 및 정비지원 업무 등 후속적인 지원업무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방위사업청에 후속군수지원 업무에 관해 계약 전 품질보증활동을 승인해줄 것을 건의했다.

당시 KAI는 품질확인요청서와 각서를 제출했는데, 각서에는 '당사의 손실에 대해 계약 전 품질보증활동 승인을 근거로 어떠한 형태의 보상요구나 예산의 조정 요구도 하지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양측은 2013년 10월 후속양산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후속군수지원에 관한 계약을 주계약과 분리해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2014년 7월 수리온 양산을 위한 후속군수지원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KAI는 계약 체결 전인 2013년 12월 방위사업청에 수리온 초도양산에 따른 후속군수지원 업무를 수행한 결과물인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2013년 수행한 업무에 관한 용역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지만, 방위사업청은 거절했다.

이에 KAI는 2017년 9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93억8165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먼저 방위사업청이 용역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후속군수지원 업무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해 용역대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부여하고 KAI로 하여금 2013년도 후속군수지원 업무에 관한 용역을 제공하게 했다"며 "그럼에도 방위사업청이 정산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록 양측 사이에 후속군수지원 업무의 세부적인 항목에 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적어도 수리온의 가동률을 향상·유지하기 위한 후속 지원업무가 필요하다는 점에 관해서는 상당한 양해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위사업청 측은 KAI가 2012년 품질보증활동 승인을 요청할 당시 보상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제출했고, 이는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각서가 제출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KAI가 제출한 각서에 의해 KAI가 방위사업청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초도양산사업 계약에 포함되거나 포함될 여지가 있는 업무가 아닌 한 방위사업청은 KAI에게 비용을 정산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항공기 구조 설계변경, 제조비용 정산 등 업무는 후속군수지원 업무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1심은 KAI가 후속군수지원 업무를 수행한 2013년도 당시 업무의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점과, KAI가 투입한 비용이 적정한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방위사업청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방위사업청 측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도 1심과 마찬가지로 50%로 제한했지만 KAI가 후속군수지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투입한 비용 계산을 달리했다.

1심 재판부는 KAI가 입은 전체 손해액을 77억6325만원으로 보고 그 절반인 38억8162만원을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KAI가 입은 전체 손해액이 65억3192만원이라고 보고 그 절반인 32억6596만원을 정부가 지급하라고 판단한 것이다.

양측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

sewry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