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아닌데 개인회생 사건 취급한 법무사…대법서 벌금형 확정

1심 무죄→2심 벌금 2000만원 뒤집혀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대리행위'로 판단

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법무사가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비송사건을 수임한 뒤 법률사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취급한 행위는 변호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리 행위'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비송사건이란 법원이 개인 간의 관계에 관한 사항을 통상의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단한 절차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법인 청산절차의 감독이나 후견인·재산관리인 등의 선임감독, 유산의 분할방법 등에 관한 것들이 비송사건에 해당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법무사 A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2000만원과 3억2317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에서 법무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2010~2016년 386건의 개인회생, 파산 등 사건을 취급하며 약 4억5962만원 상당의 수임료를 받았다. 또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사무장으로부터 40건의 사건을 인수받아 66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이에 A씨는 변호사가 아님에도 비송사건에 관해 대리·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등 법률사무를 취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개인회생사건을 수임해 사건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을 위해 사건의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행위를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개인회생사건의 의뢰인으로부터 법원에 제출할 서류의 작성을 위임받아 그에 따른 상담을 하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제출을 대행했다고 볼 수 있을 뿐, 변호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리'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2심은 1심과 달리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벌금 2000만원과 3억2317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법조에서 말하는 '대리'에는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상의 대리뿐 아니라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행위를 본인을 대신해 행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개인회생 파산 등의 사건을 취급하면서 서류 작성 또는 제출을 기준으로 수임료를 책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건 당 수임료를 책정해 받은 뒤 사건이 종결될때까지 문서작성 및 제출 등 필요한 제반업무 일체를 포괄적으로 처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A씨의 행위를 단순한 서류의 작성·제출 대행이라고 볼 수 없고,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들을 위해 사건의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했다고 본 것이다.

A씨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지만, 대법원도 "2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sewry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