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대변' 박시환·김지형 대법관 퇴임

박 "대법관 구성 다양화 돼야'... 김 "법관 독립 지켜야"

© News1 유승관 기자

대법원에서 대표적인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박시환(59·사법연수원 12기)·김지형(53· 11기) 두 대법관이 18일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박 대법관은 이날 퇴임식에서 "6년이라는 기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03년 (사법파동 때) 대법관 선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을 떠났다가 2년만에 대법관으로 법원에 복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곤혹스럽고 민망한 일이었다"고 취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능력과 자질에 비해 너무 과분한 자리에 와 있었고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지만 이루어낸 소출은 초라했고 6년 내내 자과심과 부채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러 왔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법원에 대한 애정어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법원이 다수의 이익과 행복을 좇아 결론 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자, 소외된 자, 약자의 행복이 대가로 지불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소수자, 약자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처지에 공감을 하는 분들이 법관 속에 포함돼야 하고, 특히 최고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은 반드시 다양한 가치와 입장을 대변하는 분들로 다양하게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관이 독립하여 재판하기 위해서는 법관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며 "다수나 강자의 입맛에 맞게 통제되는 법관, 순치되는 법관으로는 다수와 소수, 강자와 약자의 이익을 두루 살피고 다양한 가치관에 따라 창조적인 법해석을 통한 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법관의 자율은 법관 스스로 싸워 지킬 수 밖에 없다"며 담대한 용기를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김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법관으로서 도달하려고 했던 목표는 고통받는 이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것, 한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올바른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부정의일지는 자명하다"며 "사실을 그릇 인정한다면 1인에 대한 부정의에 그칠 수 있지만, 법관이 그릇된 법을 선언한다면 이는 만인에 대한 부정의"라고 역설했다.

또 "법관의 독립은 생명과 같고 이것을 잃으면 생명을 잃는 것이니 법관 스스로 이를 지켜내야 한다"며 "그러나 법관의 진정한 독립은 법관이 외로이 법과 정의를 제대로 선언하는 책무를 다할 때 지켜낼 수 있다는 생각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산에서 나와야 산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제 법원을 나서지만 그럼으로써 법원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그루 사과나무처럼 법원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 크게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임명된 두 대법관은 전수안·이홍훈·김영란 대법관과 함께 진보적인 소수의견을 많이 내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퇴임 후 두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har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