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띄우고 이재명 화두 던진 재산비례벌금제…법조계도 찬반 갈려
"가난한 사람의 1000만원 벌금과 재벌의 1000만원 벌금은 달라"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 한 표 주듯 재산 관계없이 벌금 같아야"
- 장은지 기자,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한유주 기자 =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다시 화두를 던진 재산비례벌금제는 동일 범죄에 동일한 벌금을 물리는 현재의 총액벌금제 대신 각자의 경제 사정에 맞춰 벌금을 달리 매기는 것이다. 기존 총액벌금제가 가난한 자에게 가혹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1986년부터 30여년간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 논의만 돼온 이 제도의 취지는 피고인의 책임과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벌금액을 선고함으로써 총액벌금제가 가지는 형벌효과의 불평등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동일한 금액의 벌금형이라도 경제적 약자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될 수 있는 반면 경제적 강자에게는 형벌효과가 미흡하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 가난한 자가 벌금을 내지 못하고 다시 구금돼 벌금형이 자유형으로 되고 만다는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일수벌금제 등으로도 불리는 재산비례벌금제는 18대 국회에서 조승수 당시 진보신당 의원이 '일수벌금제도의 도입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을 처음 발의했으며 이후 이후 유성엽·박완주·김영록·김기준(19대), 이상민·최재성(20대), 이탄희·소병철(21대) 국회의원 등도 발의에 동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에서 '차등벌금제'란 공약을 발표했다.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이를 이어받아 사법정책구상으로 '재산비례벌금제' 도입 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재산비례벌금제는 진보 진영의 오래된 의제 가운데 하나지만 공론화와 법안 통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는 △시기상조 △현실성 결여 △평등의 원칙 위배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 위배 등의 이유로 반대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학계 및 사회경제 영역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한데다 재산을 근거로 한 벌금액 산정이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법조계에 많았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9년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63명(다중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산비례벌금제를 찬성하는 이유로 △벌금 미납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47.8%) △가난한 자가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에 유치되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42.9%) △경제적 능력의 차이와 상관없이 동등한 형벌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37.1%) △법원의 양형에 대한 신뢰를 증대할 수 있다는 점(24.6%) 등이 꼽혔다.
반대 이유 중 '동일 범죄에 대한 처벌이 빈부의 차이에 따라 다른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반대 응답자의 73.4%를 차지했다.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하더라도 가난한 자들의 벌금 미납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고 한 응답도 32.8%에 달했다.
법조계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기준이 되는 개인 소득과 자산을 정확히 파악할 인프라가 부족하고 세금과 마찬가지로 봉급생활자에게만 불리하다는 역차별론이 주요 반대 논거다. '동일한 범죄에 대한 벌금형이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달라져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18대 국회에서부터 20대 국회까지 일관되게 나온 주요 반대 근거다.
헌법 전공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벌금은 선거권 부여와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부여돼야 한다"며 "똑같은 범죄인데 재산에 비례해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재산비례벌금제는 평등의 원칙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며 "모든 국민에게 1표씩 선거권을 주듯 처벌 역시 신분, 지위, 재산, 국가에 대한 기여와 관계없이 같아야 한다"고 했다. "벌금 때문에 재산을 많이 가진 이들이 소득을 숨기려 하는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반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나중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문제가 논의가 될텐데 과도하지 않다면 위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형사처벌은 범죄와 형벌의 비례관계만 따질 것이 아니라 형벌의 목적도 따져야 한다"고 찬성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형벌이 부당할 정도로 낮은 경우가 많고 양형 관행 또한 너무 낮게 형성돼 있다"며 "벌금형을 안무서워하기 때문에 재산비례벌금제 등으로 '위하효과'를 줘야 한다"고 했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 등의 이유로 정확한 소득·재산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선 "형벌 집행에 필요한 재산 파악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기준이 될 재산이나 소득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입법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어려운 사람에게 천만원 벌금과 재벌에게 천만원 벌금이 같은가"라고 반문하며 "형벌이 나에게 와닿는 부담과 고통의 크기, 형벌의 감응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 교수는 "독일은 하루 수입을 기준으로 하고 핀란드는 월 수입을 기준으로 한다"며 "소득이 파악되지 않으면 자산도 같이 고려하는 외국 사례 등을 감안할 때 가장 좋은 건 소득비례 방법이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자산이든 소득이든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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