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위력에 의한 추행 인정될 것"…사례로 든 판례 보니

대법, 5월 직원 머리카락 만진 상사에 업무상 위력추행 인정
2002년 판결선 아내 경영식당 종업원 강제추행도 유죄 인정

22일 오전 서울시내 모처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0.7.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22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년간 20명에게 고충을 호소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소인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이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사례로 들며 피해자가 위력에 의한 추행 피해를 입은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혀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변호사가 사례로 든 대법원 판결은 지난 5월 14일 선고된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사건이다.

서울의 한 회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고모씨(40)는 평소 신입사원 A씨에게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성적인 농담을 일삼았다.

고씨는 2016년 10월부터 11월까지 A씨에게 성행위를 암시하는 손동작을 하고, A씨에게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며 손으로 A씨의 머리카락을 비비거나 뒤쪽에서 손가락으로 A씨의 어깨를 두드리고 A씨가 돌아보면 혀로 입술을 핥거나 "앙,앙" 소리를 내는 등의 방법으로 A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2심은 "고씨가 업무상 A씨의 상급자라 하더라도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A씨를 추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위력에 의한 추행이 인정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는 상사인 고씨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하면서 업무를 배우고 지시·감독하에 업무를 처리했다. 고씨는 수시로 성희롱적 언동을 했고 이에 모멸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낀 A씨는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도 못했으며 결국에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고씨의 거듭되는 성희롱적 언동에 거부감을 보이고 반발하자, 고씨는 자신의 일을 A씨에게 떠넘기고 퇴근을 하거나 퇴근시간 직전에 A씨에게 일을 시켜 야근을 하게 하고, 회사일과 관련된 정보를 A씨에게 알려주지 않아 A씨가 일처리를 하는 데 애를 먹게 하기도 했다"며 "이러한 일이 겹치자 A씨는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점을 살펴보면, 고씨의 계속된 성희롱적 언동을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해 오던 A씨에게 고씨가 머리카락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20대 미혼 여성인 A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

김 변호사는 이날 "판례는 2002년부터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추행은 강제추행으로 처벌해왔다"고 했다.

대법원은 2002년 4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아내가 경영하는 식당 지하실에서 종업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던 중 C씨를 뒤에서 껴안고 춤을 추다 가슴을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원심은 B씨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강제추행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이 경우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B씨의 행위가 순간적인 행위에 불과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행해진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추행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는 것"이라며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돼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경우이며, 나아가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범의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