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눈빛' 논란 우병우, 4번째 검찰소환에선…

'불법사찰' 피의자 출석…"숙명" 언급 감정 복받친듯
'레이저 눈빛' 대신 준비된 발언에 미소·여유도

4번째 검찰 소환으로 포토라인에 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2017.11.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지난해 검찰 소환과 올해 영장실질심사 출석 등에서 취재진을 째려봐 이른바 '레이저 눈빛' 논란을 일으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태도가 4번째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우 전 수석은 29일 오전 9시52분쯤 검은색 르노삼성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무원·민간인 불법사찰과 국가정보원 비선보고 등 직권남용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 수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미 4번째 포토라인에 서는 우 전 수석이었지만 취재 열기는 식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이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사진기자 50여명이 플래시를 터트리고, 40여명의 취재진이 일제히 그를 에워쌌다.

이날 검은 정장, 흰 셔츠에 넥타이를 갖춰 맨 우 전 수석은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피하지 않고 준비한 듯 정리된 발언을 느린 어투로 담담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4번째 검찰 소환된 심경'에 대해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4번째 섰다"며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소 비장하게 말을 이어나가던 우 전 수석은 첫 문장을 마치고 '숙명'을 뱉기 전 잠시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후 불법사찰과 비선보고 등 혐의에 대한 물음에는 "검찰에서 충분히 밝히겠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청사 내부로 따라온 취재진에게 살짝 미소를 띠고 응대하는 여유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통화한 이유는 무엇이냐''민정수석이 국정원을 이용해 특정인을 사찰하는 건 정당한 직무행위냐' 등의 질문이 계속되자 "제 입장을 (검찰에서) 분명히 밝히겠다"고 답한 뒤 굳은 표정으로 조사실을 향했다.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소환돼 질문한 기자를 응시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일명 '레이저 눈빛'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 장면이다. 2016.11.6/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 전 수석이었지만 당당하다 못해 거만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태도은 계속해서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 당시에는 팔짱을 끼고 담당검사와 대화하며 웃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황제소환' 논란이 불거졌고, 지난달에는 재판 중 증인을 향해 감정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 재판부로부터 "액션을 나타내지 말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출석한 그는 '레이저 눈빛'에 대해선 "노려봤다기보다는 여기자가 가슴쪽으로 탁 다가와 크게 질문하니 놀라서 내려다본 것"이라고, '황제소환'과 관련해서는 "몸이 안 좋았고 추워서 팔짱을 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을 상대로 국정원의 공무원·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비선보고를 받은 정황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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