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인선]60년전에는 선거로 선출·현행은?…"문제가 많다"

"대법원장 영향력 너무 크다"·"대통령 입맛에 맞는 인선 가능" 비판

대법원 대법정 전경/뉴스1 ⓒ News1 임경호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대법원은 이인복 대법관의 퇴임이 9월로 예정됨에 따라 신임 대법관 인선 작업이 한창이다.

대법관은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 가운데 최고법원의 구성원인 만큼 헌법이 직접 대법관 인선 방법을 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1명을 제청하고, 대법관 임명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얻어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제도는 대법관 인선 과정에 지나치게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비판과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대통령 입맛에 맞는 대법관을 인선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벌어진 법조비리 사건 및 법원의 국민정서에 현저하게 어긋나는 판결 등으로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자 '법관인사제도 개혁'에 대한 요청도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법관을 '선거'를 통해 임명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의 대표성 확보도 중요하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한다. 대법원이 사회변화를 '판결'에 수용하는 태도와 정도에 따라 '국민의 삶'은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이때문에 대법관 인선방법은 하위법에 위임하지 않고 '헌법'이 직접 정하고 있다.

◇ 역대 헌법... 대법관 인선 어떻게 해왔나?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은 대법원장, 대법관, 각 고등법원장으로 구성된 법관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이후 12년 동안 대법원장과 대법관 인선 방법을 유지해오다 1960년 헌법 3차 개정을 통해 권력으로부터의 '사법 독립성' 확보 등을 위해 대법원장과 대통령 임명 방식의 일대 전환을 꾀했다. 1960년 헌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선거로 선출하도록 정하도록 했다. 물론 선거를 통해 선출된 경우에도 대통령의 확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1961년 군사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대법관직을 없애고 '대법원 판사' 직을 신설했다. 군사정권의 힘이 국가 전반에 막강하게 행사되던 때였으므로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법관 선출을 위한 '선거제'는 폐지됐다. 대신 국가재건최고회가 대통령에게 대법원판사 임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직접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1972년 비상계엄으로 헌법 일부 조항의 효력이 정지되고 법관추천위원회는 아예 폐지된다. 이때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사법부인 대법원장과 대법원판사를 포함한 판사 전원의 임명권을 가졌다. 권력분립 원칙은 온데간데없던 시절이었다.

1980년 개정헌법은 사법부 독립을 위해 다시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할 때에는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했다.

◇ 현행 헌법상 대법관 인선은 어떻게 이뤄지나…

현행 헌법인 1987년 개정헌법은 1972년 헌법이 정하고 있던 대법원장 인선 절차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신 대법관 임명절차에 이전에는 없던 국회 동의를 추가했다. 우리가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볼 수 있게 된 이유다.

현행 헌법상 대법관 인선 절차에 대해서도 법원 안팎은 물론 법조계, 시민사회는 끊임 없이 문제가 제기돼왔다. 대법원장이 단일 후보를 제청하는 방식으로 대법관 인선이 이뤄졌기 때문에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투명성 등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대법원은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 7월 18일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신설했다. 추천위는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할 대법관 후보자추천을 위한 역할을 하고 총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은 현재 이인복 대법관의 후임자로 천거된 3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34명은 국민들이 지난 10~20일 대법관 후보로 천거한 56명 가운데 대법관인사추천위원회가 골라낸 인사들이다. 대법원은 다음달 6일까지 후보 심사에 동의한 34명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친 뒤 3~4명의 압축 후보군을 정해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계획이다. 대법원장은 압축 후보군 가운데 단 한명을 골라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하게 된다. 국회의 동의를 얻은 후보자를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최종 임명한다.

결국 대법원이 법원 조직법 개정을 통해 '추천위'를 운용하고 중간에 '국회 동의'라는 장치를 만들어 두었음에도 여전히 대법관 인선과정에서의 대법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법관 인선절차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다.

대법관 인선과정에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되는 대표성을 확보하는 장치로 ‘국민 천거제’를 두었지만 결국 대법관 인선은 '대법원장의 입김'대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떄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인선절차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중간과정에 국민을 참여시키고 후보 검증을 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표방하면서도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에 대한 견제장치는 만들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이 국민 권익 보호의 최후의 보루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법원을 불편해 해야 한다. 하지만 사법부 최고 수장인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대법원장이 적절한 견제장치 없이 '대법관 임명 제청'을 하는 방식을 통해서는 사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

이때문에 대법관 인선 과정에 대해 끊임 없는 비판이 제기됐고, 대법원도 대법관 인선과정에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듯한 장치들을 만들어 두었지만 결국은 대법원장 마음가는 대로 혹은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대법관 인선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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