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보유 개인정보 당사자 모르게 수사기관 제공은 '위헌?'(종합)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News1 민경석 기자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헌법재판소가 경찰이 수배자 소재지 파악을 위해 공공기관에 개인정보를 요구해 제공받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형사소송법 199조 2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경찰은 철도노조 파업 관련 수사과정에서 철도노조 간부들의 소재지 추적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들의 요양 급여내역을 요청했고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경찰에 제공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김모씨 등 철도노조 간부들은 재판기록을 열람등사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에 김씨 등은 2014년 5월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조항과 경찰관 직무직행법, 개인정보 보호법 규정들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형사소송법 199조 2항은 수사기관은 공공기관에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8조 1항 역시 국가기관이나 공사에 직무수행 관련 사실을 조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와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인이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서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과 공공기관의 정보제공 행위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피청구인 서울용산경찰서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대리인으로는 서규영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등이 나서 범죄수사를 위해 공공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수집행위의 위헌성을 주장했고, 피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유주성 경남대 법학과 교수가 참석해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진술했다.

공개변론에서는 수사기관의 정보요청행위와 공공기관의 정보제공행위의 근거가 되는 형사소송법 조항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조항의 △헌법상 명확성 원칙 및 영장주의 위배 여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 등 기본권 침해 여부를 주요 쟁점으로 삼아 공방이 이어졌다.

◇ “명확성 결여로 광범위한 정보제공” vs “제도적 보완장치 있어

청구인 측 대리인인 이유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사실조회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근거규정 자체가 막연히 수사에 관해 필요한 사항 및 직무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라고 정하고 있어 정보요청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정보요청 근거 조항이 되는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조항 자체가 정보요청 가능범위 등을 명확히 하고 있지 못해 사실상 무제한적 정보요청과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요청과 제공은 수사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로 최소화해야 한다"며 "수사를 위한 필요성 요건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없이는 수사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상황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제공되는 광범위한 정보는 피의자 소재지 파악에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없어 수사의 상당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 측 서규영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과 정보제공은 수사대상의 소재파악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내용에 국한된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등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건강보험공단의 내부 지침에 따라 이미 공개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덕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는 "건보공단은 필요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강한 보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보공단의 개인정보 3자 제공과 정보제공에 관한 내부 지침도 개인정보법상 보호기준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 "영장주의 위배" vs '수사 신속성·효율성 저하"

청구인 측 이은우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요청 및 취득은 중대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헌법상 영장주의 적용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정보는 민감한 정보인 만큼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영장에 이해 요구되는 등 특히 영장주의가 적용돼야 하는 정보"라고 부연했다.

이유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사실조회행위는 사실상 수색과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사법경찰관이 조회를 하는 경우에는 영장이나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교수는 "수사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며 "개인정보 수집 등의 공권력 행사로 국민기본권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성이 있고 기본권 침해성이 있는 수사방법에 대해서는 강제수사 법정주의에 입각해 법률에 그 근거와 요건을 명확히 해야한다. 그 가운데 기본권침해 강도가 큰 것은 영장주의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측 참고인으로 진술에 나선 유주성 경남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개인정보수집의 연속이 바로 범죄수사의 본질"이라고 맞받아쳤다.

유 교수는 "경찰서장의 사실조회(정보요청) 행위는 강제력 행사가 아니라 단순한 조회행위로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아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사는 임의수사를 원칙으로 ,강제수사를 예외로 하면서 강제수사에 해당하는 것들에 대해 법에 그 절차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정보요청행위에 대해 영장주의를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또 모든 정보제공 요청에 영장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정보요청 사건에 일률적으로 영장주의를 적용해 통상 2~3일이 걸리는 영장발부 절차 등을 거치면 사실상 수사의 효율성이 침해되고 신속한 수사를 할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공개변론 내용을 참고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 등에 대한 위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juris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