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집에서…'쉬쉬'하는 노인 대상 성범죄

2012년 304건에서 2013년 417건, 2014년 445건으로… 피해자 대부분 여성
"피해자 적극 지원하고 사회적 문제의식 가져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15일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을 맞아 노인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인들, 특히 여성 노인들이 빈번하게 피해 상황에 노출돼 있음에도 그동안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탓에 노인 대상 성범죄 피해가 묻혀왔던 것이 현실이다.

◇길에서… 옆집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노인대상 성범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재희)는 지난 4월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여성을 때려 돈을 가로챈 뒤 유사강간한 혐의(강도상해, 준유사강간상해)로 기소된 김모씨(56)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10년간의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중랑구의 한 카페 근처에서 장기요양 3등급의 치매질환을 앓고 있는 80대 여성 A씨가 혼자 배회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 A씨를 때려 현금 3만원이 든 지갑과 50만원 상당의 금반지 2개 등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A씨의 몸을 만지고 성추행을 해 유사강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여성을 강도할 목적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금품을 빼앗고 다시 범행 현장으로 돌아와 유사강간을 저질렀다"며 "김씨의 엽기적이고 패륜적 범행으로 인해 A씨가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히 가늠할 수도 없다"고 꾸짖었다.

선고 직후 김씨가 항소해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전주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이석재)는 지난 2일 옆집에 사는 70대 여성을 강간하려 한 혐의(강간미수 등)로 기소된 박모씨(70)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박씨는 2014년 11월 전라북도의 한 마을에서 인근에 사는 7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씨는 B씨가 고소하자 "무고를 당했으니 B씨를 처벌해달라"며 허위 고소장을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을 단순히 부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B씨가 자신을 무고했다고 고소했다"며 "박씨의 범행으로 인해 B씨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증가 추세… 피해자는 여성이 대부분

통계를 살펴보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증가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60세가 넘은 피해자를 상대로 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2011년 320건, 2012년 304건에서 2013년 417건, 2014년 445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여성 노인을 상대로 한 범죄 건수는 2011년 304건, 2012년 297건, 2013년 394건, 2014년 419건으로 노인 대상 성범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남성 노인이 피해자인 사건 역시 증가 추세다.

통상적으로 실제 발생한 범죄보다 신고 또는 적발된 범죄 건수가 적다는 점과 성범죄의 특성, 피해자가 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 대상 성범죄의 실제 건수는 경찰의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적극 지원해야… 사회적 문제의식 필요"

이에 대해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김보람 변호사는 "노인이 성범죄 피해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데다가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도 많지 않아 그동안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고,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자녀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든지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관계가 무너질까봐 알리지 못했던 면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도 최근에야 사회적 관심이 생겨난 것처럼 노인학대, 노인 성(性)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며 "법원도 허용된 양형 기준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이런 범죄에 대해 엄히 처벌하는 것을 더욱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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