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사건 부검의·혈흔분석가, 패터슨 진범 가능성 제기(종합2보)
키·저항흔·혈흔 등 쟁점…부검의 "패터슨 범인 아니라는 진술 아니었다"
혈흔분석가 "피 많이 묻은 사람이 범인 가능성 높다"…12월초 현장검증
- 김수완 기자, 성도현 기자,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김수완 성도현 구교운 기자 = 18년만에 법정에 다시 선 '이태원 살인사건' 부검의 이윤성(62)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아더 패터슨(36·당시 18세)의 진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검찰은 1997년 수사 당시 이 교수의 증언을 토대로 에드워드 리(36·당시 18세)를 진범으로 기소했고 1·2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11일 열린 패터슨에 대한 두번째 공판에서 이 교수는 당시 사건현장을 법정에서 재구성했다.
우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피해자 조중필씨와 패터슨, 리의 '키'에 관한 문제에 대해 "패터슨이 범인일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
18년 전 열린 재판에서 리를 진범으로 판단한 1·2심 재판부와 검찰은 "조씨보다 키가 작은 패터슨이 수평 방향의 칼자국을 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패터슨처럼 조씨보다 작은 사람이 조씨의 목을 이 사건처럼 가격할 수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 교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런 모양의 상처가 남도록 찌르려면 칼이 (어깨) 위로 올라가면 불편할 거라고 생각해서 조씨보다 범인이 클 거라고 봤다"며 "키가 크다, 작다는 개념은 150~160㎝ 상당인 사람이라면 많이 불편할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진술했다.
또 "(조씨와 패터슨 사이의 4㎝ 키 차이에 대해) 조씨가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상황도 아닐 거고 소변을 볼 때 다리를 벌리거나 하면 키가 작아질 수도 있다"며 "(두 사람의 키 차이 때문에) 패터슨이 확실하게 범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은 아니었고 진범이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됐다는 말에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씨가 메고 있었던 배낭의 존재에 대해서는 "부검 당시에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조씨가 배낭을 메고 있었고 패터슨이 조씨의 가방을 낚아챈 뒤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이번 재판에서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조씨에게 저항한 흔적이 없었던 이유도 이날 공판에서 쟁점이 됐다. 18년 전 재판에서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범인에게 조씨가 제압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건장한 리가 진범으로 지목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범인이 조씨를 제압하든지 초기에 치명상을 만들든지 더 이상 반항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을 거란 취지"라며 "9개나 되는 상처가 생기는 동안 전혀 저항한 흔적을 만들지 못했다는 건 초기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서 저항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즉 이미 칼로 치명상을 입힌 상태였다면 체구가 작은 패터슨도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조씨를 제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패터슨의 현장 재연 당시 상황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패터슨은 본인이 세면기와 소변이 사이에 서서 범행을 목격하는 사이 조씨가 자신에게로 쓰러졌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당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는 세면기 오른쪽에 많은 양의 피가 묻어 있었다. 이에 대해 패터슨 측은 줄곧 "조씨의 피가 내 뒤로 흘러내려 세면기를 적셨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그러려면 패터슨 뒤쪽에 피가 굉장히 많이 묻어야 한다"며 "그 정도로 피가 흘러내리려면 피해자가 서 있을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세면기에 묻은 일부 혈흔은 조씨가 만든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바닥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세면기를 잡기는 어렵지만 앉은 상태에서 손만 올리면 오른쪽 세면대는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진범의 몸에 조씨의 피가 적게 묻을 가능성은 굉장히 낮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진술하기도 했다. 패터슨의 경우 범행이 일어난 직후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정황이 나왔지만 리의 경우 당시 입었던 셔츠에 피가 거의 묻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조씨가 흘린 피가 우연히 범인에게 가지 않았고 가슴을 찔릴 땐 구부리고 있었다고 하면 진범의 몸에 피는 적게 묻을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반면 패터슨 측은 현장에 남아 있는 혈흔과 배낭의 존재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면서 패터슨이 진범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는 본인이 화장실로 간 이유에 대해 햄버거를 먹다가 손에 묻은 기름기를 닦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패터슨 측 변호인은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수돗물을 틀어놨다면 생기기 어려운 혈흔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피와 수돗물이 섞인 혈흔은 아니다"면서도 "영업장 세면기는 물을 고여놓지 않고 흐르게 하는 게 보통인데 물을 뺀 뒤에 묻은 혈흔같다"고 대답했다.
패터슨 역시 직접 이 교수에 대해 질문을 하며 '배낭'의 존재에 대해 강한 의심을 보였다.
패터슨은 "18년 전 재판 당시 경찰, 검찰은 아무도 배낭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화장실에는 배낭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조씨가 배낭을 메고 있었다면 많은 피가 묻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당시에는 내가 체격상 범인이 될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추측 하에 질문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피가 뒤로 흘렀다면 배낭에 묻었겠지만 앞으로 흘렀다면 어깨 띠 같은 곳에만 묻었을 것"이라며 "바닥에 흐른 피가 간접적으로 묻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남아 있던 배낭 사진이 주요 증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다만 조씨의 배낭은 붉은 색이어서 피가 묻었는지 여부를 곧바로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혈흔분석전문가인 이현탁 경위 역시 패터슨이 진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피가 많이 묻어있던 패터슨과 스프레이로 뿌린 형태로 묻은 에드워드 중 누구를 범인으로 볼 수 있냐'는 검찰 측 질문에 "피가 많이 묻은 사람이 공격을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치명상을 입힐 정도로 공격을 했다면 가해자 몸에 많은 피가 묻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패터슨 측 변호인은 혈흔형태 분석을 이용한 수사의 역사가 짧고, 혈흔분석 결과가 지문이나 DNA처럼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직접적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다음달 초 현장검증을 진행한 뒤 같은달 19일 오전 10시 열린다. 패터슨에 대한 결심 공판은 내년 1월15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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