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고용·계약업체 대표 살해…건설사 사장, 징역 7년

법원 "인간의 존엄보다 금전 우선시…살해 의도까지는 인정할 증거 부족"
브로커는 무기징역·살해범엔 징역 20년 선고

서울남부지방법원.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뉴스1) 류보람 황라현 기자 = 지난해 3월 지인을 통해 중국동포를 고용한 뒤 송사로 갈등관계에 있던 계약업체 대표를 살해하도록 한 건설사 사장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위현석)는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사장 이모(55)씨에 대해 30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인에게 상해를 지시해 계약업체 대표가 살해당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인간의 존엄보다 금전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결과가 상해를 넘어 살해에 이르도록 지시했다고 볼 명백한 증거는 없다"며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상해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지인을 통해 피해자의 사무실 주소 등 개인정보를 빼낸 사실을 인정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을 내렸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조선족 김모(51)씨로 하여금 다른 건설업체 대표 경모(당시 59세)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씨를 직접 살해한 김씨와 김씨를 이씨에게 소개한 이모(58)씨도 역시 각각 살인, 살인예비음모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서는 징역 20년, 브로커 이씨에 대해서는 무기징역형 등을 각각 선고했다.

김씨에 대해 재판부는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에게서 가장 소중한 목숨을 빼앗아갔다"며 "이씨의 압박에 의해 살해했고 도주하지 않고 있다가 경찰에 체포돼 죄를 자백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브로커 이씨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관계가 없는 김씨에게 착수금을 주며 살해를 독촉하고 적극적으로 교사했다"며 "범행 이후에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아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경씨는 지난해 3월20일 저녁 7시18분쯤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빌딩 1층 계단에서 괴한의 흉기에 가슴, 옆구리 등을 찔렸다. 경씨는 건물 앞 도로로 걸어나왔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당시 피의자 신원을 확보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7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이씨 등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6년부터 숨진 경씨가 운영하던 업체와 토지 매입 용역 계약을 체결했지만 매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계약은 파기됐다. 이후 양사 관계자들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약 5년간 각종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왔다.

1심에서 승리한 소송이 2심에서 뒤집히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자 이씨는 상대 업체의 소송 담당 직원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씨는 30여년을 알고 지낸 지인 이씨에게 상해를 부탁했고 해당 직원의 사진, 차량번호 등을 빼내 전달했다.

브로커 이씨를 통해 부탁을 받은 김씨는 직원 주변을 배회하며 살해 기회를 노렸지만 직원이 퇴사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직원 대신 사장 경씨로 범행 대상을 바꿨고 김씨는 약 4개월간 경씨의 사무실이 있는 방화동 일대를 맴돌다 범행을 실행했다.

경찰수사 결과 공수도 등 다양한 무술을 섭렵한 김씨는 중국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다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적절한 일을 찾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범행 제안을 승낙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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