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페이크백'도 명품백 디자인 침해…불법행위 해당"

'진저백' 상대 소송서 에르메스 버킨백·캘리백 측 손들어줘
"소재가 달라도 멀리서 육안으로 보면 두 제품 구별 어렵다"

진저백. ⓒ News1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명품백의 디자인을 나일론·천 소재 가방에 프린트해 명품백을 든 것과 같은 착시효과를 주는 이른바 '페이크 백(fake bag)' 제조·판매도 역시 명품백의 디자인을 침해한 민사상 불법행위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심우용)는 프랑스 회사 에르메스 엥떼르나씨오날과 이 회사 한국법인인 에르메스 유한회사가 "페이크 백 제조·판매 등을 금지하라"며 주식회사 서와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도 역시 받아들여 "서와유나이티드는 에르메스 엥떼르나씨오날과 에르메스 유한회사에게 각 500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서와유나이티드는 '버킨백', '켈리백' 등 디자인을 그대로 프린트한 페이크 백인 이른바 '진저백'을 수입해 18만~20만원 가량의 가격에 판매한 회사다.

'버킨백'과 '켈리백'은 개당 소비자 가격이 1000만원 이상인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에르메스 측은 '진저백'이 자사의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7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진저백 판매는 에르메스 측의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에르메스 측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부정경쟁행위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에르메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소재가 다르다고 해도 버킨백 등의 세부 구성까지 그대로 프린트돼 있는 이상 멀리서 육안으로 보게 될 경우 소비자들은 버킨백, 켈리백과 진저백 등을 구별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또 "가까이서 진저백을 보거나 직접 만져볼 경우 버킨백 등과 구분이 쉽게 가능하다고 해도 에르메스 측의 허락을 받지 않고 버킨백 등을 프린트한 제품을 생산·판매한 것이 불법행위가 아니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버킨백 등에 비해 현저히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화제가 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게 됐다는 점 등을 볼 때 서와유나이티드 측이 에르메스 측의 명성 등에 편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제품 판매량이 감소해야만 원 제작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미지를 프린트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에르메스 측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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