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은 제일 모르는 사람…겸손한 태도로 경청해야"

[인터뷰] 3년 연속 서울변회 선정 '우수법관' 김환수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무죄 추정의 원칙, 피고인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재판에 임해"

서울동부지법 김환수 부장판사. ⓒ News1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판사는 사건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재판 당사자들 중에서 사건에 대해) 제일 모르는 사람이에요. (당사자들의 말을) 겸손한 태도로 들을 생각을 해야하는 것 같아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지난해 법관 평가 결과 3년 연속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서울동부지법 김환수(48·사법연수원 21기) 부장판사는 11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관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조심스레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김 부장판사는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수원지법 판사, 서울지법 판사, 광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08년에는 사법연수원 교수로서 후배 법조인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변회는 지난 6일 2014년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부장판사와 서울고법 조용구 부장판사, 서울고법 김진석·여운국 판사, 서울서부지법 정문경 판사, 인천지법 송미경 판사 등 6명을 우수법관으로 선정했다.

이 중 김 부장판사는 평가 결과 벌써 3년째 95점 이상을 받아 '3년 연속 우수법관'이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서울변회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된 시각으로 사안을 판단하고 사건 기록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증인신문시 적절한 질문을 하고, 시간안배를 잘하여 대기시간 없이 진행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다른 훌륭하신 분들도 많고 다들 재판도 잘하고 계신데 큰일을 한 것처럼 보도가 나오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부장판사는 20여년간의 법관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재판'으로 90세가 넘는 고령의 피고인들을 법정에 앉혀 재판을 진행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있을 당시 최고령 피고인이었던 93세의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 적이 있고 동부지법에 와서도 91세의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 적이 있다며 "유독 고령의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 경험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분들이 귀가 잘 안 들리시니까요. 재판장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기도 하고 대화도 잘 안 되고 소통이 잘 안 되기도 하더라고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가까이서 육성으로 대화를 하려고 하는 등 끝까지 그분들과 소통하려고 고생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죠."

김 부장판사는 중앙지법에 있을 당시 이른바 '이태원 비비탄총 난사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미군 로페즈 하사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로페즈 하사의 영어로 된 증언을 꼼꼼히 들어 통역인의 번역 오류를 직접 지적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영어를 잘해서라기보다는 어느 판사들이라도 그 정도 영어는 한다"며 "영어에도, 한국어에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용어가 많은데 통역인이 (법률용어를) 일상적인 단어로 통역한 부분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법관 평가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된 시각으로 사안을 판단했다는 평가를 받은 김 부장판사. 이같은 재판을 진행할 수 있었던 김 부장판사의 원칙은 무엇일까. 김 부장판사는 무죄 추정의 원칙, 피고인을 가엾게 여기는 것 등 두 가지를 본인이 갖고 있던 기본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피고인은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서 있지만 혐의를 받고 있을 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죄인이 아니에요. 피고인을 죄인으로 보면 '변명을 한다'며 면박을 주기도 하게 되는데 죄인이 아니라면 죄인이 아닌 대우를 하고 피고인이 하는 얘기도 끝까지 경청해야 하는 거죠."

또 "죄를 저지른 사람을 보면서 '어떻게 나쁜 사람이 됐을까' 하는 과정을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실수로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서도 "가엾게 여긴다 해서 형을 약하게 하는 건 아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해 25년형을 선고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재판에 임하는 재판 당사자들에게 "판사나 재판장을 믿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판사나 재판장이 검사와 짜고 먼저 심중에 유죄라는 판단을 내리고 재판을 하고 있다, 반성문 등을 많이 제출해도 (재판장이) 읽지 않는다 등으로 불신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그런 생각을 접고 본인이 최대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법정이니만큼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 한다, 피고인이 말하지 않으면 판사로서는 (진실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증인도 법원에 오는 것 자체를 무서워 하다 보니 법정에 들어올 때 많이 주눅들어 있는 것 같다"며 "법정은 죄를 추궁받는 자리가 아니라 본인이 증언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장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장께서도 이번 시무식에서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다'는 말을 강조하셨지만 판사들에게는 소통이 중요하다"며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당신보다 더 높은 사람이다, 법정에서 내 말을 모두 다 따라라 그런 태도는 안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주말 출근이나 야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재판 준비 시간이 길다 해서 반드시 재판의 진행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타인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면박주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좋은 재판이라는 것은 말을 잘해서 설득을 하거나 설복시키는 재판이 아니라 들어주고 대화하며 소통하는 재판"이라며 "내가 다 아는 듯한 생각이 들 때 오히려 경계를 하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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