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수사 외압' 무죄, 증거분석 팀장이 일조?
김용판 1·2심 모두 무죄…"혐의 입증 증거 부족"
팀장, '국정원 여직원 사건' 관련 문건 수십건 삭제
법원 "증거인멸로 범죄사실 실체 미궁에 빠지게 해"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국가정보원 수사 외압·축소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김용판(58)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반면 이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증거분석팀장은 법정구속되면서 박 팀장이 김 전청장의 무죄 판결에 일조한 형국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5일 김 전청장의 공직선거법위반과 경찰공무원법위반, 직권남용 및 권리방해 행사 등 혐의에 대해 모두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김 전청장의 지시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 보도자료 등을 허위로 작성하게 하거나 분삭결과물 송부를 지연시켰음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장 주된 이유가 '증거 부족'으로 제시됨에 따라 박모 서울청 증거분석팀장의 법정구속이 시사하는 바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박 팀장의 증거인멸이 김 전청장의 무죄로 곧바로 귀결되지는 않지만 만일 박 팀장이 증거인멸을 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우인성 판사는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박 팀장에 대해 징역 9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 팀장은 지난해 2월 새로운 디지털증거분석팀장을 맡으면서 전임자인 김모씨로부터 각종 문서파일과 컴퓨터 통신 기록 등이 저장된 업무용 PC를 인계받았다.
김씨는 2012년 12월13일부터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노트북 등에 대한 디지털증거분석을 진행하면서 분석일지, 증거분석 진행 현황, 상부 보고서 등 각종 문서를 작성해왔고 보도자료 배포 이후에는 언론 및 국회 대응 문건들도 작성해왔다.
박 팀장은 김씨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며 2012년 12월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관련한 증거분석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디지털증거분석결과 보고서에 증거분석 범위를 제한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또 국정원 여직원 사건 디지털증거분석에 관여했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 등 동료들이 차례로 검찰에 소환되는 것도 곁에서 지켜봤다.
결국 박 팀장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다음날인 지난해 4월19일에 이어 경찰청 분석관들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은 날인 같은해 5월12일 등에 국정원 여직원 사건 관련 문건을 수십 건씩 일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증거인멸로 인해 범죄사실의 실체를 미궁에 빠지게 하여 그 실체가 유죄임에도 무죄 의혹을, 무죄임에도 유죄 의혹을 남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 판사는 "(그 증거로 인해) 당사자가 기소가 되지 않는다거나 무죄를 선고받는다 해서 증거인멸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증거의 효력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일체의 행위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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