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대규모 정전사태 향후 보상 가능성은
지난 1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정전사태와 관련 시민단체가 집단소송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보상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br>한전은 이번 정전사태에 대해 "전력 수요자와의 계약 당시 명시한 약관에 따르면 한전 측의 실수가 아닌 경우에는 피해 보상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었기 대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br>한전의 전기공급약관 49조에는 한전의 직접적인 책임이 아닌 사유로 전기공급을 중지하거나 사용을 제한한 경우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br>만약 한전의 책임이 인정된다면 전기공급약관 49조 2항에 따라 피해보상액은 공급중지 또는 사용 제한 시간 동안의 전기요금의 3배로 제한된다.<br>재산이나 신체상 피해액이 아니라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이 월 평균 4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5시간 동안의 피해보상액은 800원 정도에 그친다.<br>법적으로도 이번 정전사태는 유례가 없어 유사 판례만이 있을 뿐이다.<br>비닐하우스 2동에서 서양란 등을 재배하는 황모씨는 1993년 1월 차량 사고로 인근 전신주가 쓰러져 정전이 됐다.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화초들은 장시간 정전으로 인해 동해를 입었다.<br>이에 황씨는 한전을 상대로 "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한전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면책규정에 의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br>경남 거제지역 주민 7212명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닷새간 정전이 돼 피해를 입었다"며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한전의 과실이 아닌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br>한편 경실련은 "만약 정전이 불가항력이라고 하더라도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며 정부와 한국전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br>경실련은 이어 "한전은 전기공급 약관 규정을 언급하며 배상책임 없다고 주장하지만 약관규제법상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법정에서 이 같은 약관의 문제점도 지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일단 이번 주말을 전후해 집단 소송 참가자를 모집한 후 소속 변호사와의 논의를 거쳐 소송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br>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정전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가 있느냐 없느냐가 논점이 될 것"이라며 "소송으로서는 제기해볼만 하다"고 말했다.<br>일부 법률전문가들은 "한쪽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규정된 약관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한전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는 한 승소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k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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