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 국정원 개입 정황 구체화…'윗선' 수사는 부진

국정원 협조자 김씨 구속…국정원 관계자 소환조사
김씨 "'유우성 혐의 입증할 5명 구해오라' 지시받아"
국정원 혐의 부인 속 조직적 개입 수사는 지지부진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변 주최 '국정원-검찰의 간첩증거조작 사건 국민 설명회'에 참석해 연단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이 괴물을 어찌할까'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설명회에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와 김용민 변호사 등 변호인단, 뉴스타파 최승호 PD, 야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2014.3.15/뉴스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번 사건 수사 착수 후 관련자 첫 구속을 집행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가 계속될 수록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 개입 정황도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윗선'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는 좀처럼 포착하지 못하고 있어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특별검사 임명 요구, 중국의 협조 미진 등도 수사팀을 난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증거위조에 직접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를 16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또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관계자들도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팀은 일요일인 이날도 수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검에 출근해 증거물 분석과 관계자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협조자 김씨와 국정원 소속인 이인철 주선양총영사관 영사,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 등 이 사건 핵심 관계자들의 소환·체포 조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조작 개입 사실을 일부 확인한 상태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요구에 따라 간첩사건에 증거로 제출될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제공했으며 위조 사실을 국정원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사 역시 거듭된 검찰 추궁에 "국정원 본부의 요구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 위조된 영사인증서를 써줬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15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변호인을 접견하면서 "국정원이 한번 시도해달라고 해서 가기 싫은데 억지로 중국에 갔다"며 "국정원으로부터 유우성씨가 화교 출신 탈북자 신분이라고 들었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5사람 이상을 확보해오라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자술서 위조 의혹이 제기된 전 중국 공무원 임모(49)씨 역시 국정원의 요구에 따라 김씨가 섭외한 인물 중 하나인 것으로 추측된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진행될 수록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조작 개입 정황은 뚜렷해지고 있지만 검찰로서는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개입 정황이 계속 터져나오면서 윗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계된 국정원 직원들의 부인으로 이를 밝혀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은 일관되게 "정보원들을 통해 증거를 모으긴 했지만 위조된 증거인지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김씨의 진술 등 국정원 개입 증거를 모아 이 영사와 김 과장 등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내주 이 영사와 김 과장 등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 영사가 진술한 '국정원 본부'의 정체를 파악하면서 이를 지휘한 윗선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국정원 직제도는 기밀사항이어서 파악이 어렵지만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 등의 여론을 바탕으로 국정원의 협조도 압박하고 있다.

당장 수사의 우선 순위는 아니지만 이와 함께 이번 증거조작 논란이 불거진 후 국정원 직원들이 유우성씨 측 증인 등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회유·협박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chind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