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화교 유우성씨는 어쩌다 '간첩'이 됐나
'여동생 국정원 진술' 증거로 기소…1심 "진술 신빙성 없다"
항소심서 출입경기록 제출했지만…中 정부 "위조된 것"
유우성씨 "재판 끝나 남들처럼 정상적 생활 하고 싶다"
- 김수완 기자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국가정보원·검찰 증거 조작 의혹'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탈북화교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이 처음 알려진 것은 유씨가 구속기소된 지난해 2월이다.
당시 유씨 사건은 '화교 남매 간첩 사건'으로 이름 붙여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같은해 8월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 증거인 유씨 여동생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검찰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유씨에 대한 북한 출입경기록을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주한대사관 영사관을 통해 지난달 14일 "검찰 제출 출입경기록은 위조된 것"이라는 공식 답변을 보내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2011년 서울시 공무원 채용…2013년 '간첩' 혐의 기소
지난 2004년 4월 남한에 들어온 유씨는 같은 해 8월 하나원을 나오면서 정부로부터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돼 정착금을 지원받았다. 이어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유씨는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1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돼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게 됐다.
그런데 지난 2012년 여동생 가려씨를 남한으로 불러들이면서 문제가 생겼다. 유씨는 "처음엔 여동생을 미국으로 보내려 했지만 여동생 본인이 한국 연예인 등에 관심이 많아 한국으로 오려 했다"고 설명했다.
남한에 들어온 가려씨는 국정원 합동심문센터에서 조사를 받았고 "유씨가 북한 보위부에 탈북자 정보를 넘겼다"는 진술을 받아낸 국정원은 간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유씨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해 유씨를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유씨가 구속기소된 뒤에도 계속 국정원 합심센터에 구금돼 있던 가려씨는 유씨의 변호를 맡고 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5월 중국대사관에 영사보호를 신청했고 같은 달 풀려났다.
이후 가려씨는 유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체류기간이 만료돼 한국을 떠났다.
◇1심 "무죄"…"'국정원 협박' 의혹 받았던 여동생 진술 신빙성 없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4월 국정원이 가려씨를 폭행·협박해 진술을 받아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민변은 가려씨가 국정원 합심센터로부터 풀려난 다음날 가려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가려씨가 국정원의 회유·협박 끝에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가려씨의 주장은 "국정원이 '오빠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 오빠의 형량을 낮춰주고 오빠와 한국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조사 과정에서 머리를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국정원은 "민변의 허위 기자회견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민변도 "변론권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의 소송"이라며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 진정을 내는 등 회유·협박 의혹은 결국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1심 재판부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증거로 제출된 국정원에서의 진술 대부분의 신빙성을 부정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가려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일부가 객관적 증거와 명백히 다르다"고 판단했다. 또 최초 제보자로서 증인신문까지 받았던 유씨 아버지의 동거녀 김모(40)씨 진술·증언의 신빙성도 부정됐다.
다만 재판 도중 의혹이 제기됐던 '국정원의 폭행·협박 의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과 국정원이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사진"이라며 제출한 사진도 사실 중국에서 찍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
결국 검찰은 항소심에서 김씨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고 위 증거도 모두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 항소심서 '출입경기록' 제출…그러나 중국 정부는 "위조"
1심에서 증거, 진술의 신빙성 대부분이 부정되자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새로운 증거를 내놨다.
허룽(和龍)시 공안국이 발급했다는 유씨의 북한 출입경기록이 그것이다. 이 기록에는 유씨가 2006년 5월27일 북한에 갔다가 같은해 6월10일 다시 중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기록돼 있으며 검찰 주장은 유씨가 이 기간에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것이다.
그러자 유씨의 변호인단은 입수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밝혀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 측은 외교 루트를 통해 받아온 것이라는 답변만 했다. 또 변호인단은 출입경기록을 가져온 사람이라도 증인신문하자고 요청했지만 검찰은 "대검을 통해 온 공문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냐"며 변호인단을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변호인단은 결국 위 서류들의 진위 여부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중국 대사관 영사부에 신청서를 보냈다.
◇유우성씨 "재판 빨리 끝나 정상적 생활 하고 싶다"
급하게 진상조사단을 꾸린 검찰은 지난 28일 검찰 측 제출 서류와 변호인 측 제출 서류에 찍힌 관인이 다르다는 점을 조심스레 밝혔지만 "어느 한쪽이 위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여전히 위조 판단에 선을 긋고 있다.
또 국정원도 "중국에서는 관인이 다른 일이 흔하다"고 주장하며 위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양쪽 관인이 다르다는 공식 결과가 나왔고 중국 정부는 이 중 하나가 위조됐다고 공식 답변을 했다"며 "그러면 당연히 하나는 위조라는 건데 중국 정부 회신 결과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 변호인단은 "검찰 측 제출서류가 위조됐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검찰의 진상조사 결과는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즉 재판에서는 중국 정부의 회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검찰 측 제출 출입경기록의 신빙성을 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유씨와 유씨 가족들에게는 불확실하고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유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러 북경으로 가셔야 하는데 이 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떼오고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못하고 있다"며 "여동생이 받았던 정신적인 고통도 하루 아침에 치유되는 것이 아니고 나도 우울증 치료를 1년째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적으로도 사정이 나빠졌다, 돈 10원도 없이 버티는 게 하루이틀이지 정말 지친다"며 "판사님께도 말했지만 재판이 빨리 끝나서 치료받고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정상적 생활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핵심증거인 유씨 아버지 동거녀의 증언 등 탈북자 증언은 이미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며 "2심에서 유씨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새롭게 제출된 핵심 증거 또한 위조됐다면 무죄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중국 정부의 답변서에 적힌) '위조'의 의미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며 무엇이 어떻게 위조된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추가로 사실조회 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또 증거위조 의혹 후 처음 열린 공판에서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힐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국정원은 "위조된 문건이 아니며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abilityk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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