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방송연기자, '근로자'로 볼 수 없다"

"방송연기자노조도 이익집단일 뿐 노조로 볼 수 없어"
"개별 협상하면 될 일...단체교섭이나 협약은 무리"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KBS 촬영거부에 들어간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출연료 협약서'나 '출연료 지급기준표'가 정한 등급에 따른 출연료를 일률적으로 지급받는 방송연기자라 해도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방송·예술연예계 산별 노동조합인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영노)'을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 단체의 단체교섭 권한까지 부정한 판결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한영노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교섭단위분리 재심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한영노는 KBS 전속 공채 연기자, 성우들이 만든 노조와 자신들이 동일한 단위로서 KBS와 단체교섭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는 "이들이 약 25년간 다른 근로자들과는 별도로 출연료 합의서, 단체협약 등을 체결해왔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4월 "방송사와 방송연기자들이 사용종속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울지노위 결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자 불복한 한영노는 결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도 중노위와 마찬가지로 "한영노 소속 방송연기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전제하면서 "이들이 소속된 한영노는 노동조합이 아닌 이익집단에 불과하므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이들 방송연기자들이 방송사와 자유롭게 출연계약을 맺고 방송에 출연하는 점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출자가 개별 연기자들에게 연기와 방법 등을 요구한다고 해서 이를 사용자의 지휘·감독과 동일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또 이들이 출연계약 위반에 따른 불이익은 입을지언정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출연료 합의서', '단체협약서'라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해도 앞으로 개별적으로 협상을 하면 될 일이지 단체교섭이나 협약의 범위에 포섭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방송사와의 관계에 있어 상대적으로 을(乙)의 관계에 있는 일부 연기자들에 대해서도 "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실은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조출연자는 일용근로자의 성격을 가지므로 이들 방송연기자와는 차이가 있다"가 덧붙였다.

abilityk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