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터키 '정당 해산' 선례...한국 세번째 나라?
독일, '나치즘 부활' 제국당·'폭력혁명' 공산당 해산
터키는 복지당 등 정당 해산 빈번…'정교분리' 쟁점
- 진동영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독일, 터키에 이어 세 번째로 정당해산을 실시한 나라가 된다.
독일은 독일기본법이 제정된 후 수 차례의 정당해산 청구가 있었다. 이중 1950년대 극우정당인 사회주의제국당과 독일공산당에 대해서는 심판 절차를 거쳐 실제 정당해산이 이뤄졌다.
터키는 1962년 터키 헌법재판소가 창설된 이래 수십개의 정당을 해산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는 정교분리에 적대적이었던 복지당에 대해 1998년 정당해산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다. 2001년 유럽인권법원은 터키 헌재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이들 나라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정당에 대한 강제 해산을 결정한 나라는 없다.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청구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치즘' 부활 억제한 사회주의제국당 해산 결정
사회주의제국당(Sozialistische Reichspartei)은 나치스 당원과 히틀러 소년단 출신들을 주축으로 1951년 창당됐다.
독일 연방정부는 1951년 5월 "제국당이 선거인들에게 테러를 시도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저해하려고 의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부 결의를 채택한 뒤 같은해 11월 연방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청구를 제기했다.
정부는 제국당이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나치당(NSDAP)의 후계정당으로, 나치당과 동일 내지는 유사한 목적을 추구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뒤흔들려는 의도를 갖고 활동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제국당이 해산될 경우 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신분도 박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52년 10월 제국당이 위헌정당이라고 판단하고 해산 결정을 내렸다. 당 소속 의원에 대한 자격도 상실된다고 결정했으며 당의 재산은 전액 몰수했다.
이 판결은 나치즘의 부흥을 예방하려는 차원에서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독일이 기본법에 정당해산제도를 도입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나치즘 부흥 예방'에 있었던 영향이 컸다.
◇마르크스주의 표방한 독일공산당 해산
1918년 결성된 독일공산당은 1932년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총 유효표의 16.9%(598만여표)를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100개의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독일공산당은 나치당이 집권한 1933년 '공산당금지법' 등으로 불법정당이 돼 해체됐다.
이후 독일이 패전하고 나치당이 물러난 후 독일공산당은 당을 재건하고 활동을 재개했다. 독일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자계급의 전위정당'을 표방하며 서독의 재군비 반대, 소련 및 동구제국과의 평화조약체결 등을 주장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이같은 독일공산당의 주장,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행위"라며 특히 재군비반대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운동을 배후에서 조종하면서 헌법질서를 적극적으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는 이같은 이유로 1951년 11월 연방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 확인 청구를 냈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위한 투쟁정당으로 폭력혁명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고 적시했다.
제국당의 사례와 달리 '나치즘'과 무관한 독일공산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은 독일 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헌재는 결국 정당해산 결정을 내렸지만 이같은 논란 때문에 청구가 접수된지 5년이 지난 1956년에야 심판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정교분리 원칙 위반한 터키 복지당의 경우
터키는 정당해산 결정이 꽤 빈번히 이뤄지는 나라다. 정당 해산 사건의 대부분은 좌파 정당이나 쿠르드족의 독립을 요구하는 분리주의자 정당에 몰려 있다. 1991년 터키연합공산당, 1988년 사회당, 1993년 자유민주당, 1993년 인민노동당, 1994년 민주당 등이 강제 해산됐다.
이중 대표적이라 할 만한 사건은 1998년 해산된 복지당(Welfare Party)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이다.
복지당은 1983년 7월 창당해 많은 지지를 받았다. 1995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22%를 득표해 전체 의석 550석 중 158석을 차지했으며 이듬해 진리당(True Path party)과 연합해 정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터키 검찰총장은 복지당 활동이 정교분리(secularism)의 원칙에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정당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터키 헌법에 의하면 터키의 정당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반드시 부합해야 하는데 복지당이 성전(holy war)에 관여하고 이슬람 율법에 충실한 신정주의(theocracy)를 추구했다는 이유였다.
논란 끝에 터키 헌재는 복지당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해산 결정을 내렸다. 유럽인권법원은 2001년 이같은 터키 헌재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유럽인권법원은 ▲신념을 이유로 차별을 인정하는 법적 시스템 수립을 시도한 점 ▲복지당 구성원들이 성전을 주장한 점 ▲복지당이 이슬람 공동체에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적용하려고 한 점 등을 고려했다.
chind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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