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일파만파…檢, CP 사기 발행 여부 집중 조사

피해자·피해금액 적지 않아…국감서도 난타전
"CP 발행은 명백한 사기"…"법률적 책임은 금융위가 져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3.10.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동양증권 노조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의 동양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수사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피해자가 워낙 많고(4만여명), 피해 금액이 적지 않지만(1조7000억 여원) 이 같은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동양사태는 지난 17~18일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에도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 증인으로 출석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에게 이번 사태에 집중적으로 따져물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현 회장을 향해 "산업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도 CP를 발행한 것은 명백한 사기"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금감원 등 감독기관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고 있다"며 "배를 침몰시킨 대주주는 처벌받겠지만 금감원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공범인데 그 많은 월급 받으면서 뭐하느냐"고 했다.

앞서 경실련과 동양증권 노조는 각각 7일과 8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금감원도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한 '수사 참고사항'을 검찰에 전달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은 지난 15일 (주)동양, 동양증권, 동양파이낸셜 대부와 현 회장, 정 사장 등의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압수물의 분석에 주력하는 한편, 동양그룹 임직원 수십여명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우선 동양그룹이 회사가 망할 것을 알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한 것이 사기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현 회장 등이 회사의 자금난을 미리 알고서도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대 CP를 발행한 뒤 법정관리를 신청해 담보가치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동양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한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주)동양에서 350억원, 동양시멘트에서 100억원을 각각 빌린 뒤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인터내셔널에 290억원, 동양레저에 420억원을 대출하는 등 계열사를 편법으로 지원해 회사 측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양그룹의 CP 발행 과정이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LIG의 사례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IG건설의 재정상태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기업회생 신청 계획을 숨기고 2000억원대의 CP를 사기 발행해 부도처리한 혐의로 기소된 구자원 LIG 그룹 회장은 지난달 13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8년이 선고됐다.

현 회장 등에 대해서도 사기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LIG건설과 마찬가지로 동양그룹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사전에 계획했으면서 판매했느냐가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동양그룹 임직원을 차례로 소환해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IG와 달리 동양은 '피해구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IG그룹은 피해자 570여명에게 834억여원을 변제했다. 동양그룹 역시 총수일가가 피해자 4만여명(피해 금액 1조7000억여원)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놓을 자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 회장이 보유한 동양증권 주식 88만여주는 채권금융기관이 담보권을 실행하면서 모두 매각됐다. 현 회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동양매직·동양증권 등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팔수만 있다면 피해는 거의 다 회복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계열사의 매각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사태는 지난 2011년 있었던 '저축은행 사태'와 흡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부실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김기식 의원은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사태가 커지는 것을 방치했다"며 "법률적 책임은 결국 금융위가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부실감독에 따른 당국의 책임 여부도 들여다 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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