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주치의 "1만달러 수수? 알리바이 있다"

영남제분 회장 "'힘있고 돈많은 회장' 선입견 자제"
검찰, 의무기록·관련자 진술 등으로 입증 주력
25일 오후 2시30분 두번째 공판…증거 조사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사건' 주범인 윤길자씨(68·여)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남편 류모 영남제분 회장(66)(왼쪽)과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54)가 지난달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 주범인 윤길자씨(68·여)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박모 교수(53)와 영남제분 류모 회장(6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8일 변호인들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박 교수와 류 회장에 대한 공판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에서 김하늘 제12형사부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녹색 수의를 입은 류 회장과 양복을 입은 박 교수는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선 뒤 책상에 앉아 시종일관 땅을 쳐다보다가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교수의 변호인은 모두진술에서 "박 교수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세브란스 의대 교수로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그가 의료법상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허위진단서 작성을 했을리 없다"고 말했다.

2011년 8월9일 세브란스병원 인근 중국집에서 류 회장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알리바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류 회장이 낮 12시40분 중국집에서 2인분에 해당하는 음식값을 결제한 사실 등을 들어 박 교수가 이곳에서 돈을 받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박 교수가 이날 두 건의 수술을 마친 시간이 낮 12시35분이라는 의료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 계좌에 있는 1만달러는 안식년을 맞아 일주일 뒤 미국으로 출국하는 그를 위해 처이모가 보태쓰라고 건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씨 진단서 작성과 관련해서는 "당시 박 교수가 윤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그렇게 기재했다면 허위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의성을 갖고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의 변호인은 그가 영남제분에서 자금을 빼돌린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박 교수를 만나 1만달러를 제공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허위진단서와 관련없는) 별건(횡령 등)을 수사해 류 회장을 기소했다"며 "영남제분 등에 대한 피해금액은 이미 변제했거나 앞으로 변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남편이라면 자신에게 이런 막대한 피해를 준 부인을 원망했겠지만 류 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류 회장에 대해 힘있고 돈많은 회장이란 선입견을 자제하고 사건 자체만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은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사건이 윤씨의 계획 하에 이뤄진 게 아니라 윤씨로부터 미행 등 사주를 받은 이들의 우발적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했다가 "이번 공소사실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재판부로부터 자제를 요청받기도 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3건의 허위진단서 발급, 1만달러 수수 등 이외의 내용을 설명한 검찰의 모두진술이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문제삼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3건 공소사실만 기재한다면 박 교수가 왜 허위진단서를 발급하게 됐는지, 5년간 범행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등을 이해할 수 없다"며 "두 피고인이 은밀하게 범행을 공모한 경위 등을 담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교수는 지난달 27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지만 이날 보석허가 여부는 다뤄지지 않았다.

25일 오후 2시3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리는 두번째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조사가 예정됐다.

검찰은 의무기록·협진의 등 관련자 진술, 계좌거래내역, 영남제분 회계장부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류 회장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고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윤씨에게 허위·과장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허위진단서 작성·행사 및 배임수재)로 지난달 16일 구속기소됐다.

류 회장은 영남제분의 본사, 계열사 등에서 빼돌린 회사돈 87억여원 중 일부를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위해 사용한 혐의(횡령·배임증재) 등으로 박 교수와 함께 구속기소됐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