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된 대화록' 누구의 지시로 삭제됐나
노무현 전 대통령 삭제지시? 참여정부측 "지시 없었다"
검찰 "삭제본, 초본 아니다" 대화록 삭제 경위 집중조사
- 진동영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삭제된 대화록의 존재를 확인하고 삭제 경위 등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대화록이 삭제됐다면 그 '지시자'는 누구였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7일부터 대화록 생성과 관리에 책임이 있는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 30여명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퇴임 후 사저인 봉하마을로 가져간 복제된 이지원(e-知園), 즉 봉하이지원에서 발견된 삭제된 대화록의 삭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초안을 삭제한 것"이라는 참여정부 관계자 측 입장에 대해 "초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어떤 경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완성본으로서 이관돼야 할 대화록이 삭제된 것까지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기 오류 등으로 인한 삭제 가능성보다 지시 체계에 의한 고의적인 삭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화록 삭제 지시가 실제로 있었다는 전제로 살펴본다면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논란이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도 있다.
대화록 작성에 관여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지난 2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대화록을 삭제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이를 실무진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공세에 돌입한 새누리당은 "역사를 조작한 일"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대화내용을 감추기 위해 대화록 삭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는 회담 당시 음원파일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참여정부 측은 삭제된 대화록은 사소한 오류가 남은 '초본'이었고 수정을 거쳐 삭제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화록 삭제 지시는 당연히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삭제 지시' 논란을 촉발했던 조명균 전 비서관 측은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입장을 번복한 상태다.
조 전 비서관의 변호인인 박성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책자로 된 종이문서는 남기지 말라'는 말씀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지원에 있는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내 비노(非盧·비노무현)계로부터 공세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다만 검찰로서는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미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시를 받아 삭제작업을 수행한 실무진에 대한 사법처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측이 북한과 관계 등을 고려한 대통령의 '통치행위'였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외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기록물 총괄 책임자였던 문재인 의원의 삭제 지시 가능성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퇴임 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판단해 삭제를 지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록물 관리 책임이 있는 문 의원에게 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삭제, 수정 등 작업을 보고하지 않았을리 없다는 주장이 배경이다. 새누리당은 이같은 이유를 들어 문 의원의 책임론 또한 강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검찰은 아직까지 문 의원이 대화록 삭제과정에 연루돼 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참여정부 관계자 소환조사 결과에 따라 문 의원에 대한 소환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경우 '표적수사' 논란과 함께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어 검찰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 측 주장대로 지시 계통에 따른 고의적 삭제가 아니라 기록물 이관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의원을 비롯한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줄곧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고 주장해 왔다.
삭제된 대화록은 초안이어서 삭제한 것이고 완성된 대화록은 정상적으로 이관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봉하이지원에서만 대화록이 발견된 점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chind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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