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대화록'…복구본·유출본·국정원본

'봉하이지원'서 삭제 흔적 발견 '복구본'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 안 된 '유출본'
국정원에서 생산·보관한 '국정원본'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이른바 '봉하이지원'에서 두 가지 대화록을 찾았다.

해당 시스템에서 삭제흔적을 찾아 복구한 '복구본'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채 봉하이지원에 남아있던 '유출본'이다.

여기에 국가정보원에서 생산·보관하고 있던 '국정원본'까지 더하면 총 세 가지의 대화록이 존재한다.

◇복구본…'봉하이지원'서 삭제 흔적 발견해 복원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가 국가기록원으로 반환한 이른바 '봉하이지원'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의 삭제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복구했다. 이 대화록이 이른바 '복구본'이다.

검찰은 "(봉하이지원) 분석 결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이관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로 삭제됐다"며 "삭제 흔적을 발견해 복구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고 폐기한 것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측은 '초안을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초안을) 여러번 고치고 최종적으로 완성이 되면 그 기록물만 최종 기록물로 인정이 되고 나머지는 당연히 절차에 따라서 이관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참여정부 측은) 초본이니까 없애도 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검찰은 대화록의 폐기과정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유출본…왜 이관 안 됐나?

봉하이지원에서 발견된 또 다른 대화록은 이른바 '유출본'이다.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회의록이 있다. 원래 삭제된 것과는 다른 것"이라며 "최종본의 형태로 봉하이지원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봉하마을로 유출됐다"며 이를 '유출본'으로 정의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퇴임 이후 자서전 집필 등을 이유로 이지원을 복제해 사저인 봉하마을로 가져갔다. 이후 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자 반납했다.

이 시스템에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채 탑재돼있는 대화록이 발견된 것이다. 대화록은 반드시 이관돼야 하는 자료이고, 이관이 안 됐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를 놓고 민주당은 검찰수사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이지원'을 반납한 뒤 검찰이 2008년 7월부터 3개월간 수사를 통해 국가기록원에 있는 이지원과 봉하이지원이 전혀 다르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가 이 대화록을 봉하마을로 가져가서 수정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낼 계획이다.

◇국정원본…국정원서 생산·보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국정원에도 존재한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회담 내용은 조명균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녹음했다. 그러나 대화록을 만드는 과정에서 녹음상태가 좋지 않아 국정원에 의뢰해 대화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대화록과 관련해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지난 2월 검찰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 지시로 회의록을 이지원에서 삭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조 전 비서관에게 "(회의록을) 국정원에만 보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정원본과 관련된 쟁점은 이를 공공기록물로 볼 것이냐, 대통령기록물로 볼 것이냐다. 무단열람·유출 혐의를 받는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남재준 국정원장 등에 대한 처벌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발언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면서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 발췌본을 공공기록물로 규정했다.

대통령기록물의 요건을 갖추려면 대통령 보좌기관 등이 생산·접수하고 보관해야 하는데 이 회의록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이 자체 생산해 관리한 문건이라는 것이 이유다.

◇"내용의 차이는 없지만 의미상 차이는 있다"

한편 검찰은 세 가지 대화록을 놓고 "근본적인 내용이 다르지는 않다"고 밝혔다. 세 가지 대화록이 모두 완성본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삭제됐다 복구된 대화록이 완성본에 가장 가깝다"며 "의미있는 차이이긴 한데 내용적 차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복구한 대화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과 대화할 때 '저는', '제가' 등으로 표현했으나 수정본에는 '나는', '내가' 등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과 북한을 칭찬하는 내용이 수정본에서는 누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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