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착공 4년 새 절반 수준…'10년 걸리는 정비사업' 책임 공방

정비구역 389곳·43만가구 규모 해제…신규 지정도 급감
2021년 이후 연평균 35곳 다시 지정…실제 착공·입주까지는 시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주택정책 성과공유회’에서 정비사업 지정과 공공주택 확보 등 주택정책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9.21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둘러싸고 주택 공급 책임 공방이 불붙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줄었다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정비사업이 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현재의 공급 감소는 과거 정비사업 축소의 영향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 착공 물량 2022년 대비 절반…공급 책임 공방

2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12~2020년 서울에서 해제된 정비구역은 389곳이다. 서울시는 해당 구역의 사업 규모를 약 43만 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은 정비사업 대상지 개발계획의 큰 틀을 확정하는 초기 절차다. 이후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등을 거쳐 착공한다. 구역 지정 실적은 당장의 공급량보다 향후 착공 물량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인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구역 지정에서 사업시행인가까지 평균 약 3.5년, 착공까지는 평균 10년 이상 걸린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사업 추진이 중단되거나 신규 지정이 줄면 수년의 시차를 두고 후속 사업 물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서울의 주택 착공 물량은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주택 착공 물량은 2022년 6만 2688가구에서 2023년 3만 3305가구, 2024년 2만 6066가구로 줄었다. 2025년에는 3만 2119가구로 늘었지만 2022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2022년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최근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인허가·착공 감소를 지목했다.

(서울시 제공)
389곳·43만가구 규모 정비구역 해제…오세훈 "갈등 조정했어야"

오 시장은 현재의 착공 감소를 자신의 임기 중 공급 정책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과거 정비구역이 대거 해제되면서 이후 착공으로 이어질 공급 기반 자체가 줄었다는 주장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12년부터 도시재생에 무게를 두는 정책 전환이 이뤄졌고 다수의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당시 구역 지정 취소의 주요 이유로는 사업 장기화에 따른 주민 갈등과 사업성 부족 등이 꼽혔다.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보전 등을 이유로 해제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당시 해제된 389곳, 약 43만 가구 규모가 모두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2026 서울 주택정책 성과공유회'에서 과거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 과정을 문제 삼았다. 주민 갈등을 이유로 사업을 접기보다 갈등을 조정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전임 시장 재임 당시에는 신규 정비구역 지정 문턱도 높아졌다. 대표적인 제도가 법정 재개발 요건에 더해 주민 동의, 노후도, 주거환경 등을 점수화한 '주거정비지수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당시 노후 저층 주거지 가운데 법정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약 50%였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실제 재개발이 가능한 곳은 14% 수준이었다. 2016~2020년 5년간 서울의 주택재개발 신규 구역 지정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 시장은 "과거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나 조합 내 갈등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해제하기 바빴다"며 "오히려 해제를 유도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2026.9.18 ⓒ 뉴스1 김진환 기자
2021년 이후 구역 지정 다시 늘어…실제 착공까진 시간

오 시장은 2021년 복귀 이후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했다. 취임 약 한 달 만에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고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신속통합기획 도입 △주민 동의 절차 간소화 △과거 해제 구역 중 노후 지역 신규 지정 등을 추진했다.

초기 정비계획 수립부터 공공이 참여하는 신속통합기획도 도입해 서울시가 제시하는 구역 지정 소요 기간을 종전 약 5년에서 2년 안팎으로 단축했다.

이후 신규 정비구역 지정은 다시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2025년 연평균 35곳이 새롭게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전 9년간 연평균 지정 실적의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다만 신규 구역 지정 확대가 곧바로 주택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21년 이후 지정된 구역 역시 조합설립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등을 거쳐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갈등조정관을 투입하는 한편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3년 한시 완화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30~50% 완화(현행 50~75%) △민간 정비사업 법적상한용적률 1.2배 완화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공공주택과 주거 사다리를 확대할 것"이라며 "성과가 실제 입주와 시민의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