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그대로인데 월세만 붙었다…갱신계약 1300건 육박

7월 이후 84.5%가 월세만 추가…중윗값도 13만→15만원
3억 이하·10억 초과 전세서 두드러져…광진구 9.46% 최고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9.1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계약갱신요구권을 쓰고도 월세를 새로 떠안은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이 올해 1300건에 육박했다. 10건 중 8건은 보증금을 그대로 둔 채 월세만 얹었다. 7월 잠시 주춤했던 이런 계약 비중은 8월과 9월 두 달 연속 다시 높아졌다.

26일 뉴스1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1일 기준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에서 갱신요구권을 쓰고 전세를 갱신한 계약은 2만3101건이었다. 이 가운데 1288건(5.58%)에 월세가 새로 붙었다. 1288건 중 1061건(82.4%)은 보증금이 한 푼도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내던 전세금에 월세만 더한 것이다.

갱신요구권은 세입자가 2년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때 집주인은 보증금이나 월세를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이들 계약에서는 인상분을 보증금 대신 월세로 받았다. 보증금 12억 원이면 5% 인상분은 6000만 원이다. 이를 연 4~5% 비율로 바꾸면 월세 20만~25만 원이 된다.

월별 흐름을 보면 이런 계약 비중은 1월 5.07%에서 6월 6.73%까지 올랐다. 7월 5.14%로 내려갔지만, 8월 5.46%, 9월 5.79%로 다시 높아졌다. 9월 1~21일 비중은 8월 같은 기간(5.38%)보다도 높다. 올해 들어 한 달도 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7월 이후만 보면 갱신요구권을 쓴 전세 갱신 6011건 중 323건(5.37%)에 월세가 붙었다. 7월 138건, 8월 124건, 9월(21일 기준) 61건이다. 신고 기한이 계약 후 30일인 만큼 8·9월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보증금 그대로 두고 월세만…7월 이후 84.5%

보증금을 그대로 두는 방식은 최근 더 굳어졌다. 7월 이후 월세가 붙은 계약의 84.5%가 보증금을 바꾸지 않았다. 상반기(81.7%)보다 높은 수치다. 새로 붙은 월세 중윗값도 상반기 13만 원에서 7월 이후 15만 원으로 올랐다.

고가 대단지에서도 이런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7월 보증금 13억 원을 유지한 채 월세 24만 원을 더해 갱신했다. 같은 달 서초구 잠원동 반포르엘2차 전용 84㎡는 보증금 14억5000만 원에 월세 27만 원이 붙었다. 이달에도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가 지난 5일 보증금 12억5000만 원에 월세 26만 원,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가 지난 12일 보증금 12억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재계약했다.

월세 전환은 저가와 고가 전세에서 모두 두드러졌다. 기존 보증금 3억 원 이하 계약의 전환 비중은 6.62%, 10억 원 초과는 6.33%였다. 5억~7억 원 구간(4.72%)보다 1.5%p 이상 높다. 월세 추가분 중윗값은 3억 원 이하가 5만 원, 10억 원 초과가 25만5000원이었다.

지역별로는 광진구가 9.46%로 가장 높았다. 갱신요구권을 쓴 전세 갱신 10건 중 1건꼴로 월세가 붙은 셈이다. 광진구는 7월 이후에도 9.62%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강남구(6.89%)와 서초구(6.75%)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노원구는 2.98%로 가장 낮았다.

전세 매물은 올해 들어 10% 넘게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79건으로 지난해 말(2만3263건)보다 13.3% 감소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갱신 계약이 몰리는 만큼 월세를 떠안는 세입자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올해 월세 중윗값 13만 원은 1년이면 156만 원이다. 보증금을 지키는 대신 매달 고정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은 목돈보다 매달 들어오는 현금을 선호하고, 세입자는 인상분을 한꺼번에 마련하기 어려워 월세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인상분을 월세로 낼지 보증금으로 낼지는 협상의 영역인 만큼, 세입자도 자금 여력과 대출 금리를 따져 유리한 쪽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