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주택 119만가구 공급…전문가들 "물량·재원 확보가 성패 가른다"
"매입가격 낮으면 물량 확보 어렵고 높으면 재정부담"
"실제 착공·입주가 핵심…수도권·도심 공급 속도 높여야"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정부가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규모 주거복지 계획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계획 물량을 실제 착공·입주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적정 매입가격을 설정하는 동시에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임대 확대와 중산층까지 대상을 넓힌 '보편형 공공임대' 도입 등 정책 방향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다만 역세권·도심의 중형 주택을 부담 가능한 임대료로 공급하려면 택지·공사비·재정 부담을 어떻게 풀지가 과제로 꼽혔다.
국토교통부는 21일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 가구를 공급하고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를 2024년 193만 1000가구에서 250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중산층까지 입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임대는 건설형 17만 5000가구와 매입형 1만 8000가구 등 약 19만 가구를 공급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매입약정에서는 공사비 상승 상황에서 사업자 요구가격과 공공 매입가격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가격이 낮으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높으면 고가 매입과 재정 부담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빌라·오피스텔뿐 아니라 대기 임차수요가 두터운 아파트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전세임대의 보증금 지원 한도나 공공이 소유자와 계약하는 임대차 가격이 시세와 크게 차이 나면 계약 가능한 물건과 수요가 비아파트에 한정돼 공급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수도권에서 내년 말까지 공공 주도 전월세 매물 10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면 시장의 완충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지속적인 아파트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계획은 공적주택 110만 가구라는 국정과제와 공공주도 주택공급 기조를 구체화한 것"이라며 "공공임대·공공분양·장기 민간임대 등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폭넓게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1기 신도시 규모가 약 30만 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119만 가구의 공급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과 논의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편형 공공임대와 관련해 "중형 평형 확대, 내장 고급화, 역세권·도심 공급은 임대료와 공공 예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입주자가 주택 품질에 상응하는 임대료를 부담할지,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기 위해 공공이 어느 정도 비용을 지원할지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공공임대가 부족해서 주택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닌 만큼 공공분양 물량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며 "전월세시장 불안도 규제 완화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주택의 양적 확대와 함께 중산층까지 수요층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고 119만 가구 공급은 임대시장 안정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핵심은 계획 물량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지, 수요가 높은 수도권과 도심에 얼마나 빠르게 공급되는지다"라며 "공공주택 확대와 함께 민간 정비사업 공급도 정상화해야 실질적인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편형 공공임대는 취약계층 지원을 유지하면서도 청년, 신혼부부, 중산층 등 다양한 계층이 좋은 입지에서 부담 가능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외연을 넓혔다는 점이 의미 있다"며 "실현 가능성의 핵심은 재원, 택지, 공사비, 사업 속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계획 물량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 실적을 매년 공개하고, 사업이 지연되는 지역은 대체 공급수단을 신속하게 가동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주거안정플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연평균 공적주택 공급량은 약 24만 가구다. 공공임대 방식으로 89만 가구, 공공분양 24만 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5만 2000가구 등을 공급한다. 전체 119만 가구 가운데 92만 가구는 수도권에 배정된다.
정부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에서 약 15만 가구의 입주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물량은 약 10만 가구다. 신축 주택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를 병행해 단기 임대차시장 안정 효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공급 방식도 다층화한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는 건설임대 35만 가구를 공급하고, 도심에서는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노후청사 복합개발, 공공도심복합사업 등을 통해 5만 1000가구를 추가한다. 신축·기축 매입임대는 31만 가구, 전세임대는 23만 가구를 공급한다.
공공임대 품질 개선도 추진한다. 공공주택지구 내 공공임대의 중형 평형 비중 상한은 기존 20% 미만에서 40% 이하로 높인다. 소형 주택에는 발코니 확장형 평면을 도입하고, 층간소음 저감 구조, 빌트인 가전, 스마트케어 기능 확대도 추진한다.
정부는 30년 이상 된 영구임대 1만 3000가구를 2030년까지 재건축하고,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임대주택은 연간 1만 가구 규모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공공임대 모집공고와 자격 검증 절차도 통합해 입주자 선정 기간을 기존 150일에서 40일 수준으로 단축한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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