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억 깎고 잔금도 늦춰준다…안 팔리는 서울 중대형 보류지

경희궁유보라 33.3억→27.4억…잔금기한도 두 달 연장
고덕롯데캐슬도 1억 낮춰 재공고…대출 규제에 매수층 위축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 서대문구 경희궁유보라 조합이 한 달 만에 중대형 보류지 입찰 기준가격을 5억 9000만 원 낮추고 잔금 납부기한까지 연장했다. 대출 규제와 높은 가격 부담으로 고가·중대형 보류지 매각이 잇따라 지연되자 정비사업 조합들이 가격을 낮추고 납부 조건까지 완화하며 매수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조합, 잔금 납부 예외 조항 추가

15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전날 영천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서울 서대문구 경희궁유보라 전용 141㎡ 보류지 펜트하우스 1가구 재입찰 공고를 냈다.

보류지는 조합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건이다. 일반적으로 사업 마무리 단계에 공개 입찰로 매각한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도 제외돼 실거주 의무가 없다.

조합은 지난달 18일 해당 주택의 입찰 기준가격을 33억 3000만 원으로 정해 매각을 시도했다. 이후 이달 1일 기준가격을 29억 7000만 원으로 낮춰 재입찰했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전날에는 추가로 2억 3000만 원을 낮춘 27억 4000만 원을 기준가격으로 제시했다. 최초 입찰과 비교하면 약 한 달 만에 5억 9000만 원 낮아진 것이다.

올해 경희궁유보라 실거래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다. 지난해 9월 전용 84㎡ 입주권이 13억 1414만 원(18층)에 거래됐다.

주목할 점은 잔금 납부 조건도 완화했다는 것이다. 조합은 최초 공고 당시 잔금 납부기한을 10월 30일로 제시했으나 세 번째 공고에서는 12월 30일로 두 달 연장했다.

이전 공고문에 없었던 예외 조항도 신설했다. 조합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불가피한 사유로 기한 내 잔금 납부가 곤란한 경우 낙찰자 서면 요청에 따라 잔금 납부 기한을 연장 또는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최근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갈아타기 수요자 등을 고려해 매각 가능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2026.9.14 ⓒ 뉴스1 권현진 기자
보류지 매각 지연 땐 조합원 비용 증가

전날 고덕7단지 조합도 서울 강동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전용 122㎡ 보류지의 입찰 기준가격을 지난 2일 22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1억 원 낮춰 재공고했다.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보류지의 입찰가 역시 기존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지난해 9월 동일 면적은 22억 3000만 원(19층)에 거래됐다. 현재 보류지 기준가격이 직전 실거래가보다 1억 3000만 원 저렴하다. 다만 매각 보류지는 2층이다.

두 조합이 매각하는 보류지는 모두 중대형 평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국평'으로 불리는 전용 84㎡와 비교해 수요층이 제한적인 데다 중대형 주택 특성상 세금과 관리비 부담도 크다. 새로운 매수자를 찾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이유다.

최근 고가 주택에 대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점도 보류지 매각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행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 가격이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이면 최대 4억 원, 25억 원을 초과하면 2억 원이다. 매매가격의 상당 부분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조합 역시 매각 지연은 부담이다. 매각이 장기간 지연되면 조합 해산과 청산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른 비용은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청산 전에 처분해야 하는 자산 매각이 늦어지면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키운다"며 "최근 고가·중대형 주택의 매수층이 얇아진 만큼 가격과 잔금 조건을 현실화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