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없는 '공짜 거래'? 부동산 맞교환의 진실[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때마다 수면 위로 고개를 드는 거래 형태가 있다. 바로 물건과 물건을 직접 맞바꾸는 부동산 맞교환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주택 교환거래는 5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1건)보다 7.5% 늘었다. 특히 서울은 143건으로 전년 동기(92건) 대비 55.4% 급증했다. 이처럼 매수자를 찾지 못한 소유자들이 보유 자산을 1대1로 교환하며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강남 등 부촌의 초고가 주택가에서도 이러한 거래에 눈을 돌린다. 시장이 냉각된 이유가 크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의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공제액에 상한선이 도입되면서 맞교환을 통해 취득가액을 높이면 향후 양도세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45억원짜리 아파트와 40억원짜리 아파트를 맞교환하면서 차액인 5억 원만 현금으로 정산하는 구조다. 이처럼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교환거래는 보유세 과세 기준 직전인 내년 4~5월이나 연말 세제 혜택 시한을 앞두고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민법 제596조에 따르면 교환은 당사자 쌍방이 금전 이외의 재산권을 상호 이전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무엇보다 교환거래는 상대가 내 부동산을 원해야 하고, 동시에 나도 상대방의 부동산을 원해야 성립된다. 즉 거래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져야만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맞교환을 당근이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바꾸듯 가볍게 여기는 시선이다. 현금이 크게 오가지 않으니, 세금도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다. 세법상 부동산을 교환하면 자신의 부동산을 양도하고 상대방의 부동산을 새로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다.
형식은 물물교환이지만 세법은 매도와 취득을 별개 거래로 본다는 얘기다.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고, 새로운 부동산을 취득한 만큼 취득세도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아껴주는 만능 절세 수단이라기보다는 급랭한 시장에서 거래를 성사하는 차선책에 가깝다.
부동산 맞교환은 거래 절벽 시기에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원하는 지역과 가격, 주택 유형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쌍방 충족'이 이뤄진다면 보유 자산을 재편할 수 있어서다. 자신의 매물을 처분하면서 별도의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상대방 부동산을 곧바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지닌다.
하지만 교환거래 시장에 나오는 매물 가운데는 환금성이 떨어지거나 하자가 있는 물건도 적지 않다. 계약부터 잔금까지 일정이 짧아 물건의 물리·권리적 하자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 특히 상대방이 시세를 고의로 부풀렸더라도 나중에 이를 사기나 계약 무효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개별성이 강한 상가나 단독주택, 지방 토지일수록 직접 현장을 방문해 객관적인 시세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대단지 아파트처럼 거래량이 많고 시세 파악이 수월한 자산과 달리 개별성이 뚜렷한 부동산의 맞교환은 감정평가를 받는 게 안전하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권과 가압류 등 권리관계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임차인이 있다면 보증금과 임대차계약 내용도 살펴야 한다.
양쪽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이 엇갈리지 않도록 계약서에 잔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의 순서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출이 있는 물건이라면 채무 승계가 가능한지 금융기관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교환이 진행된다면 중개보수도 발생한다. 이때 중개수수료는 교환 대상 물건 중 가액이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거래 당사자가 한번 내면 된다.
세무당국은 교환거래를 과세의 사각지대로 방치하지 않는다. 등기자료와 과세자료 등을 통해 거래가액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세금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했다가는 추후 세금 추징과 가산세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요컨대 부동산 맞교환은 '세금 없는 공짜 거래'가 아니다. 현금이 적게 오간다고 해서 세금과 거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교환은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지만, 절세의 지름길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한쪽에 쏠리기보다 중심추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경제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부동산미래쇼크','박원갑 박사의 부동산트렌드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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