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버팀목, 내년에도 '은행 돈' 먼저…기금 5.3조도 아낀다

정책대출 기금 재원 10.3조→5.28조…대출 공급 자체는 유지
기금 여유자금 49조→14.4조…청약통장 감소·임대 확대에 부담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관련 안내문. (자료사진)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정부가 내년에도 은행 자체재원을 활용해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을 공급한다.

은행이 자체재원으로 정책대출을 먼저 공급하고 정부가 이자 차액을 보전해 주택도시기금의 직접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가 이어지는 데다 공공임대 확대 등으로 기금 지출 수요까지 늘면서 이 같은 운용 방식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구입과 전세 관련 정책대출에 배정되는 주택도시기금 재원은 올해 10조 3016억 원에서 내년 5조 2800억 원 규모로 약 절반 줄어든다. 국토부는 이마저도 가급적 집행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정책대출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자체재원으로 대출을 먼저 공급하고 정부가 정책금리와 은행 대출금리 간 차이를 일반회계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대신한다.

국토부는 올해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정책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도 같은 방식을 이어가면서 주택도시기금의 직접 지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은행 재원 활용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주택도시기금의 재정 여건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14조 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조 3000억 원 늘었지만, 역대 최대였던 2021년 49조 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라면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맞는 대출"이라면서도 "전임 정부에서 기금 활용을 크게 늘려 여유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이런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기금이 안정화되면 과거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여유자금이 회복된 상태가 유지되는지, 청약 가입 추세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금의 재정 여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재원 가운데 하나인 청약통장 가입자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순감은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기금 지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임대주택 지원 융자에 15조 6822억 원을 편성해 올해보다 8.5% 늘리고, 임대주택 출자에는 13조 5231억 원을 투입해 올해 대비 62.4% 확대할 계획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해지하는 인원은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택도시기금이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 확대 등 정책에도 활용되고 있어 당분간 기금 여유자금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