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수장 '정치인→관료'…새판보다 '공급대책 실행' 속도전
수도권 150만가구 공급 마련…정책 급변보다 현장 집행 방점
서울시와 갈등 조정도 관건…투기 억제 속 규제 손질 변수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는 단계에서 이미 발표한 대책을 실행하는 단계로 무게중심을 옮길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관료 출신인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지명하면서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공급 확대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관료 출신 후보자에게는 계획된 물량의 착공을 앞당기고 현장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택 공급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도 '몇 가구를 더 내놓느냐'에서 '발표한 물량을 얼마나 빨리 착공하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인허가와 보상, 지자체 협의 등 사업 단계별 병목을 해소하는 한편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까지 손댈지가 홍 후보자의 정책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잇따른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수도권 150만 가구 공급의 큰 얼개를 마련했다. 이제는 추가 물량 발굴 못지않게 계획된 물량을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정치인 출신인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추가 공급 방안을 발굴하고 정책 의제를 제시하는 데 적극적이었다면, 홍 후보자는 중앙·지방정부에서 정책 집행을 경험한 관료다. 장관 교체가 현실화하면 국토부의 역할도 추가 대책 마련보다 기존 대책의 집행과 이해관계 조정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후보자 역시 전날 첫 출근길에서 실행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주택 공급을 신속히 이행하되 실제 현장에서 착공되고 입주에 이르기까지 실행력 있게 속도를 높여 현장에 중요한 시그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첫 시험대는 8·13 주택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공공택지 지정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급대책의 상당 부분이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사업 기간을 31개월 단축할 수 있느냐가 정책 실행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
이미 택지로 지정된 서리풀지구와 태릉골프장(CC), 과천경마장 등도 속도를 내야 할 사업으로 꼽힌다. 택지를 확보하더라도 주민 반발과 인허가, 관계기관 협의가 길어지면 공급 시점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발표한 물량과 국민이 체감하는 입주 사이의 시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이다.
서울시와의 조율도 변수다. 특히 용산공원 본체의 주택 공급 활용 방안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내 장교 숙소와 방위사업청 부지 등 이미 훼손된 지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를 대체 부지로 제시하며 반대하고 있다. 여러 차례 만남에도 접점을 찾지 못한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이견을 얼마나 신속하게 조정하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
홍 후보자도 지방정부 근무 경험을 언급하며 "중앙정부 정책을 반영하면서 서울시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그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이루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책의 큰 틀이 당장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투기 억제와 공급 확대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고, 홍 후보자 역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홍 후보자는 "주택 정책은 국민 생활과 시장 기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국민주권 정부는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며 "금융·세제 개혁은 물론이고 주택 공급물량 확대와 신속한 공급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공급에 속도를 내려면 일부 규제 조정 요구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비율 등 사업성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 후보자가 취임할 경우 투기 억제라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 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손질할지가 정책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행정 절차 단축에 그칠지, 공급 확대를 위해 일부 규제 완화까지 선택할지가 관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기존의 공급대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큰 틀이고 사람만 바뀌고 정책은 기존과 달라진 바가 없다"며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전향적인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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