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세제개편 한 달]③ 매도냐, 증여냐…강남 집주인 복잡한 '셈법'

1~7월 서울 증여 신청 9443명…지난해 연간 규모 추월
강남3구에 증여 집중…자녀 증여세 부담이 변수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정부의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권 고가주택 집주인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을 계속 보유할지, 매도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할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다만 자녀가 증여세와 취득세를 낼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고가주택을 그대로 물려주기 어렵다. 이에 주택을 매각해 규모를 줄여 이사한 뒤 남은 자금을 현금으로 증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서울 증여 7개월 만에 지난해 추월…강남3구 상위권

1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증여 신청자 수는 9443명으로 지난해 전체 신청자(9234명)를 앞질렀다.

올해 증여 증가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뿐 아니라 연초부터 제기된 보유세 강화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세 부담이 커지기 전에 자녀에게 주택을 미리 넘기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8·3 세제개편안은 비거주·고가주택과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증여 움직임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2027년 70%로 높아진다. 다주택자는 2028년까지 80%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주택 수보다 보유 합산가액을 중심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종부세율 체계도 개편된다. 강남권 초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증여는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3구에 집중됐다. 1∼7월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 증여 신청자는 77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송파구 722명 △서초구 675명 △양천구 571명 △마포구 534명 순으로 집계됐다.

변수는 증여세 부담 여력이다. 주택을 증여받는 자녀가 증여세와 취득세를 낼 현금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증여세는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분에 최고 50%의 세율을 적용한다. 강남권의 50억∼60억 원대 주택을 증여하면 각종 공제를 적용하더라도 세 부담이 상당하다. 자녀가 충분한 현금을 갖추지 못했다면 주택을 증여받기가 쉽지 않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권 집주인은 증여뿐 아니라 매도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수증자 입장에서 증여세·보유세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증여가 무조건 늘어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2026.7.22 ⓒ 뉴스1 김도우 기자
고가주택 팔고 몸집 줄이기…현금 증여도 대안

집주인들은 자녀가 증여세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매도를 택할 수 있다. 고가주택을 팔고 외곽이나 소형 주택으로 옮긴 뒤 남은 자금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이다.

현금 증여 역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부동산과 달리 필요한 규모와 시기를 나눠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 수증자가 증여받은 현금으로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점도 부동산 증여와 다르다.

업계에서는 세제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집주인들의 움직임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양도·증여에 따른 세 부담을 비교해 매도와 증여 중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결정을 미루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고령층 집주인이 저마다 세운 매도 시점을 세제개편안 확정 이후 앞당길 것"이라며 "매도 후 규모를 줄여 이사하고 남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