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20년 빗장' 풀리나…30% 활용 땐 3만가구 공급 여력

김윤덕 "공원 전체 고민"…20년 '국가공원 원칙' 변화 주목
300만㎡ 중 30% 주거 활용 가정…주변 합치면 4만가구+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자료사진)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 어린이정원을 넘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300만㎡ 규모의 국유지로, 별도의 토지 확보 없이 대규모 공급이 가능해서다. 전체 면적의 30%를 주거용지로 활용하고 일반적인 주거 개발 수준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약 3만 가구의 공급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공원 일대의 공원·녹지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예정된 점도 주목된다. 다만 이번 개정안만으로 용산공원 본체에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공급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18일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용산공원 활용과 관련해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용산의 크고 작은 부지를 대상으로 오염 문제와 미군과의 협의 등을 극복해 집을 짓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주택 공급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정부의 검토 범위가 앞서 거론된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용산공원 전체로 넓어진 것이다.

구체적인 개발 범위나 공급 물량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실제 공급 여부는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용산공원 가운데 어느 정도를 주택 공급에 활용할지 비율 역시 정해지거나 검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관과 서울시장이 곧 만나는 만큼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20일 특별법 개정…용산공원 본체 개발은 '별개'

용산공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됐으며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마련됐다. 반환되는 용산미군기지 본체 부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공원 이외 목적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 등도 제한된다.

오는 20일 본회의 처리가 예정된 특별법 개정안은 반환된 미군기지 부지부터 단계적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토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복합시설조성지구의 도시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완화할 수 있게 된다. 용산공원조성지구 역시 필요한 경우 일부 지역만을 대상으로 조성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이 용산공원 본체의 주택 개발을 직접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캠프킴·수송부 등 주거·상업 등의 복합개발이 가능한 복합시설조성지구와 국가공원으로 조성되는 용산공원 본체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정부가 용산공원 본체 일부를 실제 주택 공급에 활용하려면 주거시설을 허용하거나 일부 구역을 공원 조성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추가 개정하는 등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향후 정부가 추가적인 제도 개편에 나설 경우 2007년 특별법 제정 이후 약 20년간 이어진 '국가공원 원칙'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300만㎡ 용산공원…30% 활용 땐 3만가구 안팎

용산공원 전체 면적은 약 300만㎡(90만 7000평)로 용산구 전체 면적의 17.5%를 차지한다.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비슷한 규모다.

공원 전체를 주거지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국가공원 기능을 유지하면서 공원·녹지와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면적의 30%인 90만㎡를 주거용지로 활용한다고 가정하면 공급 잠재력은 상당하다. 일반적인 주거 개발을 가정해 용적률 250~300%를 적용할 경우 주거시설 연면적은 225만~270만㎡다. 이를 가구당 주거시설 연면적 75~90㎡로 단순 계산하면 약 2만 5000~3만 6000가구로, 3만 가구 안팎의 공급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전체 면적의 30%를 주거용지로 활용하고 일정 수준의 개발밀도를 적용한다는 가정에 따른 추산이다. 실제 공급 규모는 공원·녹지와 기반시설 확보 비중, 개발밀도, 주택 유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소형 주택 비중을 높이면 공급 규모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공원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일부를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공급 물량은 가용부지와 개발밀도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정부의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검토에 반대하는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뉴스1 박지혜 기자
주변 개발 합치면 4만가구+…서울시는 반대

용산공원에 인근 개발사업까지 더하면 공급 효과는 더 커진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해 캠프킴·수송부 등의 주택 공급 물량까지 합치면 용산 일대에서 4만 가구 이상의 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구 전체 주택 약 7만 8000가구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특히 용산공원에서 확보되는 물량을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분양이나 공공임대로 구성하면 서울 도심의 주거 사다리를 확충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공급 시점이다. 용산미군기지 반환 대상 부지 203만㎡ 가운데 현재까지 반환된 면적은 63만 4000㎡로 약 30%에 그친다. 나머지 부지가 반환되더라도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을 거쳐야 실제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

서울시는 부지 반환 이후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에만 7~10년가량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 주민들의 반발도 변수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을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할 국가공원으로 보고 주택 공급에 반대하고 있다.

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20일 만나 용산공원을 비롯한 서울 주택 공급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 확대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용산공원 활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만큼 이번 회동에서 접점을 찾을지가 관심사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용산 부지는 지자체의 반발이 큰 데다 토지 정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택 공급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실제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도심에서 용산공원처럼 대규모 국유지를 새롭게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공원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일부 부지를 청년·신혼부부 등 미래세대를 위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가용부지와 공급 시기, 공원 훼손을 최소화할 개발 방식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