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2.9㎝ 단차 묵살한 서울시…국토부, 수사의뢰

즉시 공사중지·열차운행 중지 요청 의무 지키지 않아
국토부 "승인 절차만 지켰어도 피해 줄일 수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현장에서 긴급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서울시가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2.9㎝ 단차를 사전에 통보받고도 사고 발생 때까지 조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철도안전법령 등 위반으로 보고 서울시를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14일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작업에 대한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위반사항에 대해 수사의뢰하는 한편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총 6건의 시정조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시검사는 6월 4일부터 19일까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철도보호지구 행위신고 수리조건 이행 여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국토부 "서울시, 2.9㎝ 단차 알고도 '즉시 통보' 안해" 수사의뢰

조사 결과 시공사는 사고에 앞서 교량 붕괴를 유발한 2.9㎝ 단차가 발생한 사실을 서울시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고 발생 전까지 별도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철도보호지구 내에서 사고 우려가 있는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공사를 중지하고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에 사실을 통보한 뒤 열차 운행 중지를 요청해야 했다.

철도보호지구에서의 행위제한에 관한 업무지침과 철도보호지구 내 행위신고 수리조건에 따르면 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즉시 중지시키고 국가철도공단 및 코레일과 협의하게 돼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철도안전법령 등 위반 혐의로 서울시를 수사의뢰했다.

시공사·감리사, 승인 없이 작업…인원도 4명→13명

시공사와 감리사는 사고 당일 코레일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구조물 안전점검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레일의 업무절차에 따르면 기본작업계획서는 작업 1개월 전에, 철도운행안전협의서는 작업 당일 각각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고 당일 협의된 'S9 슬래브 전도방지 설치작업' 역시 기본작업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승인받은 것처럼 허위 문서를 작성해 철도운행안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는 작업인원을 4명으로 기재했지만, 실제 현장에는 13명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시공사와 감리사에 대해서도 수사의뢰했다.

코레일도 작업구간 불일치 미확인

코레일의 안전협의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

사고 당일 제출된 기본작업계획 협의서에는 교량 상부 S8번과 하부 P7번 구간 작업이 예정돼 있었지만, 실제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는 붕괴가 발생한 S9번 구간, 즉 선로 직상부 작업이 기재돼 있었다.

그럼에도 코레일은 두 서류의 작업구간과 작업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철도운행안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코레일 역시 수사의뢰했다.

철도공단·코레일에 6건 시정조치

국토부는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2건과 개선권고 4건 등 총 6건의 조치를 통보했다.

국가철도공단에는 고위험 작업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서와 심사결과를 철도보호지구 행위신고 수리 전에 제출받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철도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공사에 대해서는 철도공단과 코레일이 현장 합동점검을 실시하도록 관련 규정도 보완하도록 했다.

코레일에는 철도보호지구 행위신고 검토를 규정된 처리기한인 15일 안에 완료하도록 업무절차와 관리체계를 개선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사고와 관련한 철거공사는 검토에 26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철도운행안전협의 시 기본작업계획 협의서와 안전 적합성 검토결과 등 첨부서류와 실제 작업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일상작업에 대한 철도운행안전협의 과정에서도 관련 기술분야의 작업계획 적합성 검토가 빠지지 않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고위험 공사의 경우 협의서에 위험등급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개선을 권고했다.

한편, 5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조성균 철도안전정책관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는 원칙에 따른 승인 절차만 지켰어도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련 기관에 대한 수사의뢰를 통해 책임을 엄정히 규명하는 한편, 향후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도보호지구 내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철도안전 강화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