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몫 '로또 줍줍', 이제 LH가 줍는다…내 집 마련 기회 논란
수도권 규제지역 잔여물량 연 1600가구 공공 우선매입해 임대로
"과도한 시세차익 차단"…"무주택자 주거 사다리 축소"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앞으로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나오는 아파트 무순위 청약 물량, 이른바 '줍줍'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우선 매입한다. 무작위 추첨을 통해 소수에게 돌아갈 수 있는 과도한 시세차익을 차단하고 해당 물량을 공공임대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청약 가점이 낮은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사실상 몇 안 되는 내 집 마련 기회를 줄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민간분양 잔여물량이 발생한 경우 LH 등이 우선 매입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대상 규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나온 전용면적 85㎡ 이하 잔여물량을 기준으로 약 1600가구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잔여물량이 무주택 일반국민에게 추첨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으나 과다한 시세차익 발생 등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순위 청약 규제 강화는 이번이 세 번째다. 당초 무순위 청약은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청약통장도, 가점도 필요 없어 인기 단지에는 수십만 명이 한꺼번에 몰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된 소수에게 거액의 시세차익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규제가 강화됐다. 정부는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을 부과했다. 위장전입을 걸러내기 위해 건강보험 관련 서류 제출도 의무화했다. 유주택자의 시세차익 추구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번 대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무주택자에게 추첨으로 공급하던 수도권 규제지역의 민간분양 잔여물량을 LH 등 공공이 먼저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공이 매입한 주택은 무순위 청약 대신 보편형 공공임대로 공급된다.
업계에서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하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나 부양가족 수와 관계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이어서 가점이 낮은 청년·신혼부부에게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청약 방식으로 꼽혔다.
특히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 매수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에게 무순위 청약은 희소한 자가 마련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무순위 물량이 발생하는 원인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잔여물량은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 미달 등으로 발생한다. 최근 수도권 대출 규제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렇게 발생한 물량을 공공이 우선 매입하는 구조가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순위 청약의 공공 회수를 '전월세 부담 완화 등 주거 사다리 강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한다"면서 "내 집 마련 문을 좁히는 게 어떻게 주거 사다리 강화로 이어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 거주 기간을 늘리는 것과 자산 형성 기회를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론도 있다. 무순위 청약은 추첨에 당첨된 소수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해당 물량을 공공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물량 자체도 연간 약 1600가구로 전체 주택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형 공공임대는 기존 공공임대와 성격이 다르다. 중위소득 150% 이하라는 소득제한과 소득분위별 입주 쿼터를 없애 다양한 소득계층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전체 물량의 50% 이상은 무주택 청년에게 배정한다.
기본 거주기간은 6년이며 출산할 때마다 연장이 가능하다.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관건은 공공 우선매입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정부는 무순위 청약 물량을 공공이 우선 매입한다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특히 LH 등이 잔여물량을 최초 분양가로 사들일지, 별도의 감정평가를 거쳐 가격을 정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매입 대상과 절차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공 우선매입과 기존 무순위 청약을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지도 향후 구체화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연내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앞서 세부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의 자가 마련 기회가 줄어든다는 측면과 좋은 입지의 공공임대를 확보한다는 측면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무주택자의 자가 마련 방법 하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좋은 입지에서 질 좋은 임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당초 민간 공급물량인 만큼 LH 등이 분양가로 매입해야 시장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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