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1년6개월' 집도 공장에서 만든다…모듈러 연 5000가구 승부수
공공 발주 1.2만→2만가구…30% 비싼 공사비 절반 지원
분리발주 개선 등 특별법 추진…모듈러 산업화 기반 마련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정부가 8·13 부동산대책을 통해 모듈러 공공주택을 주택 공급의 '속도전' 카드로 키운다. 공장에서 주요 구조물을 제작하고 현장 공사를 동시에 진행해 통상 2년가량 걸리는 공사기간을 1년 6개월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 물량을 기존 1만 2000가구에서 2만 가구로 늘리고, 일반 공법보다 높은 공사비도 재정으로 지원한다. 연평균 5000가구에 그쳐 당장 수도권 주택 수급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공공 발주를 마중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모듈러를 중장기적인 공급 수단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모듈러 공공주택 2만 가구를 발주할 방침이다. 4년간 연평균 5000가구 수준이다. 20층 이상 고층 모듈러주택 단지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모듈러 주택은 벽체·바닥·창호·설비 등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현장 공사와 공장 제작을 병행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통상 2년가량 걸리는 공사기간을 1년 6개월 수준으로 약 3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빠른 공급이라는 장점에도 높은 공사비는 모듈러 주택 확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모듈러 공법은 현장 시공 방식보다 공사비가 약 30%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초과 소요되는 공사비를 가구당 7000만 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50%를 재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춰 발주 물량을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평균 5000가구는 수도권 주택 수급이나 서울 아파트 시장에 직접적인 변화를 줄 만큼 큰 물량은 아니다. 당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수단보다는 공공임대·공공분양 등 공공주택 공급의 한 축으로 안착시키고 산업 기반을 키우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듈러 주택이 활성화되려면 일단 공공 주도로 현재보다 발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많아져야 규모의 경제도 나오고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신속하게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 말고도 산업을 키우기 위한 장기적인 사안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모듈러를 비롯한 공업화 주택이 이미 상당 기간 활용돼 왔다.
일본 세키스이화학은 1970년 공장에서 80% 이상을 생산하는 유닛주택 '세키스이하임 M1'을 개발하고 이듬해 판매에 들어갔다. 1974년에는 누적 수주 1만 동을 넘어섰다. 공장에서 주택 대부분을 생산하는 방식이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홍콩은 공공주택에 모듈러 통합건설(MiC)을 적용하고 있다. 홍콩 주택당국이 추진한 Anderson Road Quarry 사업에서는 17층짜리 주거동에 400가구 이상을 모듈러 방식으로 공급했다. 홍콩 정부는 주변의 일반 공법 사업과 공사비·공기를 비교하는 한편 추가 적용이 가능한 공공주택 사업지도 발굴해 왔다.
국내에서도 모듈러 주택은 10년 넘게 실증과 사업화가 진행돼 왔다. LH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A&C는 2012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4층, 18가구 규모의 'MUTO청담'을 모듈러 방식으로 시공했다. 이후 기숙사와 공공주택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건설사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GS건설(006360)은 2020년 폴란드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단우드를 인수하며 해외 프리패브 시장에 본격 진출한 뒤 국내에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 계열도 건설현장 직원 숙소 등에 모듈러 하우스를 적용해 왔다.
다만 민간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발주 물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공장 투자와 전문인력 양성,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 발주 확대와 함께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모듈러 주택은 설계·제작·운송·현장 조립이 하나의 체계로 움직여야 하지만 현재는 설계 표준화와 품질인증, 발주 방식, 인허가 기준 등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특별법을 통해 모듈러 기술과 품질을 높이고 진흥구역 지정, 발주제도 개선 등의 특례와 재정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연구위원은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모듈러 사업자 입장에서도 보다 수월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며 "제도 정비와 더불어 꾸준한 발주 물량이 담보돼야 시행착오 등을 거치면서 모듈러 주택 산업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한 모듈러업체 관계자는 "일반 건축공사의 경우 건축뿐만 아니라 전기, 통신, 소방에 대해 분리발주를 하는데 현행법에서는 모듈러 주택에서도 이 방식을 따라야 한다"며 "모듈러 업체에서 이를 일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특별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단가가 일반 건설에 비해 비싼 만큼 모듈러 주택 공급 시 인센티브 등을 강화하면 사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산업 생태계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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