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4층까지 짓고 돈줄도 풀었다…'비아파트 공급' 숨통

아파트 입주 전 공급 공백 보완…"단기 대안으로 긍정적"
실거주 세제에 전세 감소 우려…"기축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서울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 2026.7.16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정부가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비교적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빌라 등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규제를 대거 푼다. 층수와 건축면적 제한을 완화하고 건설자금 지원도 확대해 전세사기 사태 이후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아파트 공급까지 걸리는 시차를 메울 단기 공급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세제개편을 통해 주택 소유자의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기존 임대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실제 전월세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층수 제한을 기존 3개 층에서 4개 층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한 개 층을 추가하면서 같은 면적에서 공급할 수 있는 가구 수는 약 33% 늘어날 수 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건축면적 제한도 현행 660㎡에서 1000㎡ 미만으로 상향한다.

건설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다세대·다가구 건설자금 대출한도는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높이고 금리는 3.5%에서 3.2%로 낮춘다.

"아파트 공급 공백 메운다"…비아파트 생태계 복원 기대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가 2022년 빌라 전세사기 사태 이후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 기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사업 기간이 짧고 전월세 비중이 높은 만큼, 아파트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까지 공급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아파트 공급 확대는 단기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는 접근에서 나온 것이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사람마다 주거 수요가 다르며, 전세사기 이후 비아파트 수요가 회복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아파트 늘려도 아파트 전세 줄면…임대시장 안정엔 한계

다만 비아파트 공급 확대만으로 서울 전월세난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아파트에 대한 임대 수요가 높은 데다 8·3 세제개편으로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존 아파트 전세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실거주를 유도하는 세제 개편으로 아파트 전세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비아파트 공급만 늘린다고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축 비아파트의 공급 여건을 개선하는 데서 더 나아가 기존 비아파트가 거래·임대시장에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비아파트 생태계는 전세사기 이후 사실상 붕괴했던 분야를 수요부터 공급까지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제도 개선 지원 대상이 신축 주택에 한정되면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축 빌라·다가구 등은 여전히 일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제약 등으로 거래가 위축된 상태인 만큼 '기축 비아파트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며 "이 경우 가격에 따른 실수요자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유통 매물 증가를 통해 공급 채널 역시 다변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oobi123@news1.kr